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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엿보는 고헤이지』 교고쿠 나쓰히코 (북스피어, 2013) 엿보는 고헤이지 -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작가가 의도한 바는 '고헤이지 이야기'의 원형 그대로는 아닐 테고 ㅡ 고헤이지에게 있어 존재의 증명이란 발꿈치를 만지는 것일 텐데, 본인은 제 몸을 만질 수 있을는지 몰라도 타인은 그를 만질 수 없다. 고헤이지가 스스로를 이 세계에서 열외로 취급 받게끔 의도한 것인지 타의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고, 헛방을 표류지(주거지)로 삼은 이유도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사회의 구성원이자 가정의 구성원에 몸담지 않고 헛방의 문을 살짝 열어 두어 길쭉한 틈으로 밖을 내다보는 건 아베 고보가 만든 '상자인간' 같은 느낌이다. 상자인간 역시 상자에 뚫어 놓은 엿보기용 창문으로 세상을 내다보기만 할뿐 좀처럼 세상 속으로 뛰어들지.. 더보기
『전화』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 2010) 어디선가 등장하는 현재시제의 문체는 날것 그대로의 표현이며, 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전체적으로 불안한 영혼들의 불완전한 이야기. 옆구리를 툭 치면 활자화된 단어들이 눈에 보이게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은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단편집 『전화』. 그런데 아뿔싸, 나는 절대 함정에 걸려들면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도 그에게 빈틈을 보이는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그의 언어는 포물선을 그리며 도망갈 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머리 위를 향해 내리꽂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글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이 '나 역시 누구나 쾌락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그 쾌락의 진원지가 상대방의 고통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라고 쓴 부분을 기억해내기에 이른다. 왜냐하면 『전화』에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