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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2) 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일본에 있을 적에 도쿄 역에 있는 초밥집에서 일한 적이 있다. 거기에 야스다(安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내가 깨진 유리잔에 손을 다쳤을 때 「뭐! 세 바늘이나 꿰맸다고!」 라며 우울한 얼굴로 걱정을 해주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천성이 착했으며 약간 어눌한 기운도 있었다. 『점과 선』에서의 야스다는 정반대다. 이쪽은 철두철미한데 내가 아는 야스다 씨는 일일결산을 볼 때 계산을 틀리기도 하는, 말하자면 영락없는 사오십 대의 사람 좋은 아저씨였다. 도쿄 역 야에스(八重洲) 북쪽 출구께 있는 누마즈 우오가시즈시(沼津魚がし寿司)에 가면 야스다 씨를 만날 수 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여간에 『점과 선』의 야스다는 그야말로 '시간의 천재'로 등.. 더보기
『갈레 씨, 홀로 죽다』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갈레 씨, 홀로 죽다 -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시리즈 제1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과 비교한다면 일단 트릭이라고 할 만한 것이 등장한다_뭐 그렇게 기발하다거나 기존 추리소설에서 봐왔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_정작 중요한 건 정작 무척이나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무장한 서사일 거다_그러므로 독자의 바지 앞단에 수북이 쌓이는 담뱃재의 처치 곤란함이 문제. 더보기
『D의 복합』 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2) 괜히 장르문학이라고 편을 갈라 사람 위에 책 있고 사람 아래 책 있는 것처럼 말하면, 나는 싫다. 짐짓 도저하게 ‘장르’문학이라는 딱지는 붙여놓았지만 ‘순’문학과 비교하며 순간의 오락거리로 치부해버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농(Georges Simenon)은 ‘선전 속 인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세이초 자신도 ‘환상이 아닌 리얼리즘 안에서’ 미스터리를 쓰고 싶다고 했다(실제로 둘은 동시대를 살았다). 복잡다단한 트릭이나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어날 것 같은, 그것. 세이초 작품은 그래서 ‘여흥’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언제나 뻑적지근하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가. 이런저런 말을 붙여도 역시 초반은 힘이 조금 든다.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뭐야 이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