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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사랑은 혈투』 바스티앙 비베스 (미메시스, 2011)


랑은 아름다워라……. 아이튠스에서 판매되는 노래 2,000~3,000곡 정도의 제목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하는군. 몸과 몸이 다투고 마음과 마음이 불붙는 ‘친밀함’에 의한 유대감, 이런 사랑에 대한 정신적 중독 작용이 우리의 감정적 호응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까.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는 ‘사티’라는 풍습이 설명되어 있다. 과거 인도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남편이 죽으면 그 아내가 자발적으로 불타는 장작더미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것이란다 ㅡ 사랑이 소위 ‘헌신’과 동의어로서 판단될 수 있는 요소라 보여지기도 한다. 또한 인도 남부의 타밀족은 사랑의 포로가 된 사람들을 마야캄(mayakkam) ㅡ 현기증, 혼란, 도취, 망상 ㅡ 을 앓는다고 표현한다…….


이 『사랑은 혈투』는, 그 사랑이 절망, 행복, 만족, 희극과 비극, 나아가 ‘혈투’에까지 번져갈 수 있다는 걸 여러 꼭지를 통해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어리석은 사랑인지, 미친 사랑인지, 완전한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 얼마나 많은 부침이 존재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ㅡ 어쩌면 어느 순간에 제동을 걸어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니까. 책에서는 이런 사랑의 행보를 남녀가 서로 때리고 칼로 찌르는 것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다. 우스운 것은 남자가 여자를 때리기 전에 선전포고까지 하는데, 「난 널 때릴 거야. 어쩜 아플 수도 있어.」라며 친절하게 때릴 타이밍을 알린다. 그럼 반대의 상황에서는? 자신을 찌를 칼을 여자에게 건네기 전 날카롭게 갈아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상처 주고 싶진 않은데. 그치만 이해하지? 우리 둘 다를 위한 거야.」라고……. 그리고 찌르고 나서 아파하는 남자에게 이런 멘트까지 날려주신다. 「우리 관계를 위한 거라니까….」


『사랑은 혈투』 ▶ 남자 : 자존심, 섬세함의 결여, 사전준비, 억눌림, 우월감. ┃ 여자 : 영원성, 오지랖, 확대해석, 감정의 기복, 공유성. ※어쨌든 만날 수밖에 없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결론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 책은 각 꼭지별로, 거꾸로, 그러니까 맨 뒤에서부터 읽어도 무관하다(어쩌면 더 흥미로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