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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브랜든 포브스 외 (한빛비즈, 2012)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 8점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 김경주 옮김/한빛비즈


디오헤드가 어떤 노랫말에서 어떤 것을 의도했는지는 모른다. 언어영역의 예문 하나를 차지했던 시인이 몇 연 몇 행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같잖은 우리는, 풀이하고 해석하고 점수를 매긴다. 「전반적으로 기타 루프가 좀 촌스럽지 않아?」 「왜 갑자기 마이너로 바뀌는 거지? 이건 아닌데.」 「여기서 '님'이란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이로구먼. 아마도 죽었을 거야.」 「프로이트를 대입시켜서 어려운 말로 해석해보자고.」 같잖은 인간들이 같잖은 짓을 하고 있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다.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면 지구상에서 비평가의 존재는 사라지고 그만큼 삶은 재미없어질 테니까. 어쨌거나 나는 찌그러진 눈을 가진 톰 요크가 좋긴 하다. 심지어 밴드 앨범보다 그의 솔로 작업물이 더 좋아서 『The Eraser』와 이 음반의 리믹스 앨범까지 구입했을 정도다(오, 황금빛 카누트 황제여!).





톰 요크의 솔로 앨범이다. 비트와 전자음이 더 강조된 사운드에 가사는 더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기후 변화 등 환경문제와 이라크전쟁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ㅡ라디오헤드 디스코그래피




이들이 근원적이고 감각적인 신경 어딘가를 건드리는 수준은 최상급에 해당한다. 'such a pretty house and such a pretty garden'은 왜 그리도 슬펐던 건지(「No Surprises」, 『OK Computer』). 물이 차오르는, 얼추 통(桶) 같은 걸 뒤집어쓰고 나와서 노래하는 뮤직비디오와 함께라면 노랫말이 들리건 들리지 않건 간에 우울해져서 미칠 지경이다.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듣는 많은 심장들은 ㅡ 내면의 갈등, 도덕적 절망감, 썩 유쾌하지 않은 비유,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정체 모를 어떤 것들에 의해 그들의 사운드에 저당 잡힐 것만 같다 ㅡ 「Just」의 뮤직비디오를 보거나, 「We Suck Young Blood」의 박자를 맞추는 박수소리에 소름이 돋거나.





내 머릿속에 두 가지 색(상념)이 놓여있는데

네가 (말)하려는 게 뭐였니?

there are two colors in my head

what was that you tried to say?


ㅡ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Kid A』




폐쇄된 우주에서, ㅡ 굉장히 어색한 말이다 ㅡ 나름대로 조화로운 멜로디가 흐르면 이 음악이란 예술은 단속적이게 된다. 단속적으로 변하고, 밀접한 관계로 변신(개조)한다. 라디오헤드를 완전히 오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일이 잘 굴러갈 리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우울함의 딱지를 붙여주고 있는 거고. 혀가 어떻게 움직이든 맛을 보는 감각은 동일한 셈이다. 뭐, 애초 라디오헤드를 말하려던 게 아니라 라디오헤드를 분석한 이 책을 말하려고 했던 거니까(재미있으니 꼭 읽어라!) 톰 요크를 위시한 얼간이들(「Creep」)은 제쳐두자. ……근데 별 할 말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