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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짐승의 길(전2권)』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2) 누군가는 그렇고 그런 치정을 다룬 B급소설이라고 할는지도.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일단 재미있으니까. 나는 트릭을 풀고 범인을 밝혀내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세련됐다, 뭐 그런 생각이다. ‘이야기’가 있잖나. 단 한번이라도 이름이 언급된 인물은 책동의 기미를 보이고, 나라도 그럴 수 있으려나, 하는 ‘텍스트 vs(and) 현실’의 일말의 끈이 있으니까 말이다. 집에 병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다미코의 생각은 나도 (경험해봐서)안다. 그래서 얼마든지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충분조건이 구비되어 있다. 단, 저 뒤에서 ‘노인의 고독’(하권 p.300)을 깨달았다면 남편의 고독 또한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또한 생긴다 ㅡ 어느 쪽이건 그녀가 씁쓸해지기만 하지만 역시 세이초의 여성 심리묘사는 탁월하다 못해 정말이지 천재.. 더보기
『어느 섬의 가능성』 미셸 우엘벡 (열린책들, 2007)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그의 작품은 『투쟁 영역의 확장』에 이어 두 번째인데 ㅡ 단순히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서 『소립자』는 아직 읽지 않았다 ㅡ 그가 자신을 두고 절망의 전도사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니라고 한 것처럼 나 또한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좋아하고, 이 책도 두 번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이야기 속의 다니엘이 『신적인 환경』을 우연히 주워 읽고 절규를 토하고서 자전거 공기 주입 펌프를 던져 부숴 버린 것처럼 나도 이 빌어먹을 똥통 같은 텍스트의 지침을 들어가며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그래서) 어떤 하나의 가능성, 다니엘과 다니엘25의 가능성, 신경질적이고 쾌활한 개(폭스)의 가능성, ‘기존인류’의 증언이 일치할 가능성,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