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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 리처드 예이츠 (오퍼스프레스, 2014)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 -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윤미성 옮김/오퍼스프레스 죄다 고독하거나 공허하거나 아니면 후유증 내지는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나와 춤을 추고, 예이츠의 미니멀한 묘사는 굳이 시대상을 들먹이지 않아도 온몸으로 고독의 피해를 입은 자들을 고스란히 현대로 데려와 이질감을 느낄 수 없게 한다. 그것이 너무나도 신중한 탓에 외려 인물들은 필요 이상으로 쓸쓸하고 고달프게 그려진다. 여자는 오래도록 입원 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무신경하고 남편 또한 그녀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아프지 않아」). 그들은 서로에게 고독을 심어준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그녀가 남편을 뒤로하고 병원을 나설 때는 어딘지 모르게 김승옥이 그린 몰래 여관을 빠져나오는 두 젊은이를 연상케 한다. 예이츠.. 더보기
『D의 복합』 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2) 괜히 장르문학이라고 편을 갈라 사람 위에 책 있고 사람 아래 책 있는 것처럼 말하면, 나는 싫다. 짐짓 도저하게 ‘장르’문학이라는 딱지는 붙여놓았지만 ‘순’문학과 비교하며 순간의 오락거리로 치부해버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농(Georges Simenon)은 ‘선전 속 인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세이초 자신도 ‘환상이 아닌 리얼리즘 안에서’ 미스터리를 쓰고 싶다고 했다(실제로 둘은 동시대를 살았다). 복잡다단한 트릭이나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어날 것 같은, 그것. 세이초 작품은 그래서 ‘여흥’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언제나 뻑적지근하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가. 이런저런 말을 붙여도 역시 초반은 힘이 조금 든다.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뭐야 이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