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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네 헤게만

『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흔히, 장정(裝幀)만 보고도 질려버리는 케이스가 있다. 이를테면 토마스 만이랄지, 움베르토 에코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중세 이야기들 말이다. 분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딱딱한, 살인도구도 될 수 있으며 목침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법한, 뭔가를 내려치기에 꼭 맞다싶은 표지. 물론 내용조차도 심연에 빠지기 딱 좋은 경우가 많다. 이 조르주 심농의 『수상한 라트비아인』, 가볍다, 일단 겉모양이. 헬레네 헤게만이 쓴(정말 직접 쓴 것일까?) 『아홀로틀 로드킬』과는 겉이 닮아있고,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와는 속이 닮았다(그저 그렇게 느껴졌다, '증발'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아! 비교하기엔 레이먼드 챈들러가 낫겠다, 물론 그것보다 조금 덜 묘사에 신경 쓴 것만 빼면 ㅡ 물론 확실히 다르다. 굳이 묘.. 더보기
『아홀로틀 로드킬』 헬레네 헤게만 (열린책들, 2010) 누군가의 서평처럼 ‘확실히 완전히 개운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Ctrl+C와 Ctrl+V만으로는 세상만사가 탈 없이 흘러가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이기주의적이고 무신경한’ 열일곱의 작가는 본문에서 이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혹은 그렇지만, 이 문제는 여기서 가차없이 빼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왜 이다지도 극찬을 받고, 미프티는 (맙소사!) 세상의 모든 원죄를 혼자서 짊어진 얼간이가 되었는가에 대한 감흥은 책 겉표지의 새빨간 아홀로틀로 대신하자. 나는 죽었다 깨도 미프티처럼은 될 수 없다. 심하게 탈골된 언어를 구사하며 마치 카타콤에 갇힌 로마 병사처럼 기는 그녀의 삶은, 당최 이해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프티는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