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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rigine

『세계를 읽다: 호주』 일사 샤프 (가지, 2014) 세계를 읽다, 호주 - 일사 샤프 지음, 김은지 옮김/가지 영화 《스크림》(1996)의 시드니(sidney)는 호주의 수도가 캔버라가 아니라 시드니(sydney)라고 알고 있던 내 정신을 정도 이상으로 흩뜨려놓는 데 한몫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 투표가 의무이며 기권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 마디그라 축제, 휴 잭맨과 히스 레저 그리고 카일리 미노그와 줄리언 어샌지가 태어난 나라. 내가 알고 있는 호주는 이런 정도이다. 아, 코알라도 있었네. 책을 읽어 보니 코알라라는 이름은 '마시지 않는 자'라는 뜻의 고대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코알라는 나뭇잎에서 필요한 수분을 얻기 때문에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단다……. 하여간에 호주는 남반구에 있어 남쪽으로 갈수록 추워져.. 더보기
『박쥐』 요 네스뵈 (비채, 2014) 박쥐 -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비채 특정 시리즈물의 첫 작품을 건드린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어딘지 모르게 제어하기가 힘들어 보이는 인물들, 다소 다듬어지지 못한 호흡, 복잡함을 택하기보다는 과감히 밀고 나가는 거친 박력. 확실히 『박쥐』에서의 해리는 지금까지 출간된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에서와는 달리 작가 스스로가 말하듯 통제 불가능한 느낌에 가깝다. 그가 처음 본 여자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꾀는 모습은 후속작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고(그녀들을 낙담하게 만드는 짓거리 역시) 더군다나 낯선 자들과 금세 말을 터 친구처럼 지내는 모양새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조금 더 어리고, 상처를 덜 받고, 무언가를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은 다 이런 모양이지ㅡ 물론 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