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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전2권)』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00, 신판) 알다시피 세상 모든 건 점, 선, 면, 체를 이루며 움직인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대로 기억이란 콩나물 비빔밥 같아서 나는 무엇이 어떤 점이었는지 뭐였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비록 스트레스 해소와 데시벨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장서관 미로의 비밀을 알아냈을 때 윌리엄의 외침은 점, 선, 면, 체 모두를 꿰뚫는 환희의 데시벨, 그것이었으리라 ㅡ 화국和局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던 애매모호한 장서관의 여행, 그리고 쾅, 머리를 뒤흔듦, 이것들을 생각해보라 ㅡ 마치 여유로움의 벼락부자가 된 듯이. 에코의 다른 저작에서도 '집단에서 함께 오줌을 누지 않는 사람은 도둑이거나 간첩'이라 하지 않았나. 이것으로 보건대 당시 윌리엄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환희에 찬 지식의 도둑이었음에 틀림없다. 단순한 추리 소설이.. 더보기
『궁극의 리스트』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10) 출판사의 샘플 교정지를 본 게 지난 8월이었다. 그 때만 해도 『궁극의 리스트』가 이렇게 '징그러운' 책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맙소사!). 200점에 가까운 삽화와, 역시나 징그러운 뱀과 같은 인용 텍스트(인용문을 읽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응당 완벽하게 읽을 수 없으리라 확신하지만, 극악무도한 발췌로 인해, 아직 오지 않은 두려움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저자가 밝힌, ㅡ 이 책은 '기타 등등'이라는 말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서문) ㅡ 시작부터 엄습하는 '궁극의 두려움.' ㅡ '기타 등등'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축복인 셈이다. 바흐의 「무한히 상승하는 카논」이나 에셔의 판화 작품들을 생각해 보라. 『궁극의 리스트』는 리스트, 즉 '목록의 의미'를 탐구한다. 목록의 의미란 건 어쩌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