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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투명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4) 투명사회 -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전작과 매한가지로 일상의 언어, 입말이 아니므로 젠체하려 한다는 곡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 예리한 날붙이는 여기서도 무뎌지지 않았다(다소 과잉된 해석일지라도). 그는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훤히 비추고 노출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디지털 통제사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자유를 집중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통제사회는 자유를 빨아먹고 산다고 말이다. 그러고는 투명(성)과 불투명(성)을 언급하며 훔볼트를 불러온다. 「그 누구도 어떤 말 속에서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 모든 이해는 언제나 몰이해이기도 하며 생각과 감정의 모든 일치는 동시에 분열이기도 한 것이다.」 오직 정보로만 이루어진 .. 더보기
『사이퍼펑크』 줄리언 어산지 외 (열린책들, 2014) 사이퍼펑크 - 줄리언 어산지 외 지음, 박세연 옮김/열린책들 암호(cipher)에 저항을 상징하는 펑크(punk)를 붙여 만든 합성어, 사이퍼펑크. 현재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2년 전쯤엔가 프랭크 에이헌의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이란 책이 출간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늦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책은 강력한 경각심을 깨우게 하지는 못했으나 현재 우리가(온 지구인들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리라. 구글과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는 것을 자처하고 있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비유가 아니게 되어버렸으니까.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 프랑크 비베 역시 그의 책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에서, 시간이 지나면 세상은 (이런 식의) 정보 수집에 그냥 익.. 더보기
『대구』 마크 쿨란스키 (RHK, 2014) 대구 -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과거 세 차례에 걸쳐 벌어진 소위 '대구 전쟁(the Cod Wars).' 생선의 이름에 전쟁이란 단어를 붙이다니 이상할 법도 하건만 실상을 알고 보면 자연히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우리가 2차 세계대전이라 부르는 지루하고도 커다란 전쟁이 막을 내리고 나자 북대서양의 어족은 크게 늘어났고, 더불어 이때 각국의 어업에 관련된 '영해 문제'가 대두하게 된다.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영해선 안쪽으로 들어온 선박을 나포하고, 대륙붕에 기인한 영해에 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하며, 해안 경비대 선박에 무기가 장착되는가하면 이 대구 전쟁은 공해상에서의 '범퍼카' 게임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변해버렸다.(p.200)ㅡ 지난했던 시간이 흐른.. 더보기
『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2) 피로사회 -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익사. 이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무래도 폴리 마칭어의 우호적인 것(friendly)과 위험한 것(dangerous)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세계는 경계선, 통로, 문턱, 울타리, 참호, 장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ㅡ 슈미트의 적(敵)을 떠올려 보라 ㅡ 만약 그런 의미를 넘어서게 된다면 오늘날에는 삶의 모든 영역이 '난교 상태'로 특징지어진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p.15) 그러나 내가 이 두 가지 세계에 틈입해 교집합의 목록 속에 들어간 인간이라 느끼게 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긍정성의 과잉? 일종의 비만 상태? 물론 오웰과 헉슬리가 보는 양상은 조금 다르나 그것에는 표면과 이면이라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 더보기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헨리 페트로스키 (김영사, 2014, 개정판)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백이호 옮김, 이인식/김영사 절판된 책을 구하기란 때에 따라서는 여의치 않다. 우연찮게 헌책방 구석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소비자 개인이 온라인 서점 등에 올려놓은 고가의 중고책을 마주하게 되면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출판사에서 복간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어서 제때 책을 손에 넣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일쑤. 그러나 (출판사는 다르지만) 이번에 개정판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는 어찌 보면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도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독자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던 헨리 페트로스키였기 때문일 테지. 과거 『서가에 꽂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