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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욕망의 샘』 김재명 (프로네시스, 2007) 석유, 욕망의 샘 - 김재명 지음/프로네시스(웅진)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고,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전용기를 타고 다니겠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ㅡ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도는 이야기. (책 출간과 지금 시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뼈대는 같다) OPEC이 만들어지고, 석유 파동이 일어나고, (한국에서는 '오일 특수'를 누리게 되고) 산지는 석유를 팔아 무기를 사고, 다시 그 무기로 인해 내전이 발발하고ㅡ 책에서 다이아몬드(bloody diamond)를 설명하며 '숙녀들의 영원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반군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묘사한 것처럼, '검은 황금'이라 일컬어지는 석유 또한 bloody oil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다……. 미국은 중동 쪽의 유가가 높아지는.. 더보기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강신주, 지승호 (시대의창, 2013)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강신주.지승호 지음/시대의창 김수영을 들고나왔을 때보다 강신주는 이쪽이 좋다. 『김수영을 위하여』도 괜찮았지만 사사건건 김수영에 옭아 드는 느낌이었다. 여기서도 장(章) 하나를 통째로 할애해 그를 끄집어내고는 있지만 차라리 이편이 나은 점은 그만큼 김수영에 구애되는 비중이 적어졌다는 것. 그러므로 조금 더 거시적이 되고 조금 더 '맨얼굴'이 된 셈이다. 궁극적으로 인문/인문학이 당당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인문학을 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모이고, 묻고, 답하고, 토론하고, 촉구하는 논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인문학은 달큼한 사탕 껍질을 벗어던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문/인문학이 감당해야 할 용기는 일순 약해졌다가 다시 제힘을 되찾고 건강한 인문학으.. 더보기
『남산의 부장들』 김충식 (폴리티쿠스, 2012, 개정증보판) 남산의 부장들 - 김충식 지음/폴리티쿠스 비유적이든 무엇이든 간에 이 빌어먹을 양반들, 한국을 좀먹는 부장들은 아직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권력 어딘가에 촉수를 들이밀어 끈덕지게 들러붙어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면 그/그들을 부리는 자들이 부장들의 필요성에 의심을 품지 못하고 있거나……. 과거의 중앙정보부 부장들은 남산에 있었다. 저자는 그것을 일컬어 양산박(梁山泊)이라 했다. 양산박은 중국 산둥성 서부에 있는 늪인데, 지형이 험준해서 예로부터 도적이나 모반군의 근거지로 사용되었다. 양산박이건 복마전이건 확실히 남산은 한국 정치에 있어 어떤 의미로든 빼놓을 수 없는 곳임에 틀림없다ㅡ '남산에 간다'는 것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남산은 중앙정보부의 별칭으.. 더보기
『그림자밟기』 루이스 어드리크 (비채, 2014) 그림자 밟기 -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비채 두 개의 일기(日記). 어느 쪽이라도 거짓이 아니며 어느 쪽이든 간에 진실을 위장한 거짓이거나 거짓인 체하는 진실이다. 흔쾌히 뒤통수를 내어주는 남편과 기꺼이 다리 오므리기를 뿌리치는 아내의 우울한 줄다리기는, 그날그날의 일기라는 티트라그푸타의 기록으로 현현된다. 티트라그푸타는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지옥의 왕 야마의 기록관이다. 그에게는 인간의 행위를 기록한 장부를 보관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는데, 인간이 죽어 야마 앞에서 재판을 받을 때 바로 이 티트라그푸타가 작성한 장부를 토대로 죽은 자의 생전 행동들을 읽어 내려가고 그에 따라 재판을 받는다. 이야기 속 아이린은 스스로 티트라그푸타가 되어 자신의 일기를 기록하고, 그러므로 이것은 이미 시작부터 .. 더보기
『철학자와 하녀』 고병권 (메디치미디어, 2014) 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 지음/메디치미디어 철학을 두고, 누군가는 딜레마와 모순들에 관해 생각하는 방법이라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철학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실로 다양한 철학자와 철학 방식들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철학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란다. 자, 어느 쪽이든 좋다. 딜레마와 모순에 대해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철학'을 보여준다면. 고병권은 책의 시작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참된 철학자는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이 중단된 곳, 누구도 뛰어들고 싶지 않아 하는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왜? 바로 그곳에 지금의 현실과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재료가 있기 때문이다(p.20)ㅡ 아이웨이웨이도 비슷한 말을 했다(「우리가 현실의 일부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