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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 (궁리, 2012)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 인디고 연구소 기획/궁리 낯설고도 교묘하지만 지젝의 논의는 절실하게 동작한다. '불가능의 재구성' 내지는 '가능의 재구성'을 담고서. 핑크 플로이드의 음반을 영화로 만든 알란 파커 감독의 《더 월(Pink Floyd The Wall)》(1982)을 보라. 영화에는 코드화된 삶, 벽으로 묘사되는 사회적 강제와 억압, 전쟁의 고통, 컨베이어 벨트 위의 학생들……이 등장한다 ㅡ 거기서 우리가 하는 건 '망치의 행진'이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벽은 허물어진다. 실제로 무너졌는지 아니면 그런 의지를 보여 주려는 건지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해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우스운 건 벽을 부수려는 의지나 논의 또한 '벽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밖으로 나가려는 파리가 창문이 닫힌 것.. 더보기
『불야성』 하세 세이슈 (북홀릭, 2011) 하세 세이슈(馳星周) ㅡ 홍콩 배우 주성치의 이름을 뒤집어놓고 일본어로 발음한 필명 ㅡ 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불야성』 단 한 권으로(물론 시리즈가 있긴 하지만) 사람 진을 다 빼놓으려고 작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는 하드보일드 쪽이라면 대실 해밋이나 레이먼드 챈들러 정도밖에 없으니 그건 그렇다 치고, 극의 전개와 묘사며 인물의 조형이며 독자까지 배신하는 철저함이며, 뭐 하나 뛰어나지 않은 게 없다. 정말 오랜만이다, 한 자리에서 내리 읽게 만드는 작품은. 하드보일드의 태생적 특질, 여기서는 선택, 선택만이 살 길이다.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인공이 붙잡아야 하는 끈은 바로 거기다. 당연히도 나는 슈미트(Carl Schmitt)를 떠올리게 된다. 「적이란 바로 타인,.. 더보기
『카산드라의 거울(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10) 카산드라의 거울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이거야 원! 미래가 우릴 붙잡으려 하고 있잖아!(2권 p.94)_만화 『20세기 소년』이나 영화 《제5원소》가 떠오르기도 하고, 뭐. 단지 이 소설이 단편이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 더보기
『루시퍼 이펙트』 필립 짐바르도 (웅진지식하우스, 2007) 나는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기억한다. 《피아니스트》에서 비리비리하게 나왔던 애드리언 브로디가 주연한 영화 말이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 남자들을 간수와 죄수 그룹으로 나눈 다음 2주간 가상의 감옥 체험을 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영화를 봤을 당시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웬걸, '스탠포드 모의 교도소 실험(SPE)'라는 실제 있었던 일에 기반한 스토리였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 실험, 평범하고 신체 건강한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나눈 후 모의 감옥 실험을 한 사람이 이 『루시퍼 이펙트』의 저자 필립 짐바르도다……. '루시퍼 이펙트'란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저지르도록 전환시키는 상황과 시스템의 영향력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앞서 말한 교도소 실험과 과거 .. 더보기
『이진경의 필로시네마』 이진경 (그린비, 2008, 개정판) 아, 좀 쉽게 풀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근본적으로 영화 얘기를 하고 있긴 한데 거기에서 뽑아낸 철학적 구조가 중심이 되니, 뭐 철학 용어가 나와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필로시네마』는, 살짝 늘어붙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10편의 영화'라는 부제처럼 온갖 스펙트럼의 탈주를 갖고서 진행되는 영화 이야기다. 인간은 뭐든 사유하기 마련인데 여기선 빠르게 동작하는 이미지에서 어떤 사유를 뽑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게 문제가 된다. 그것도 '탈주'를 ㅡ 삶으로든 삶에서든, 어느 쪽이든 간에. 그러니까, 이건 철학서다……. 근데 그 '탈주'라는 게 사실은 에셔(Maurits C. Escher)의 판화처럼 돌고 도는 것이라면?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탈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