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 강덕상 (역사비평사, 2005)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 - 강덕상 지음, 김동수.박수철 옮김/역사비평사 일본 극우세력의 혐한 시위가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때에, 엊그제 뉴스를 통해 또 하나의 뜨악한 보도를 접했다. 얼마 전 산사태가 발생한 일본 히로시마에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빈집 털이를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나돈다는 것이다.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을 집어 들고 한창 읽어나가는 와중에 90년 전 일어난 일이 지금 다시 겹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당시의 지진 이래로 일본이 갖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지한다. 지금 일본은 관동대지진이 있었던 1923년 당시를 기해 매년 9월 1일을 방재(防災)의 날로 지정해서 피난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스꽝스럽게도 그때의 학살은 제쳐두고 있는 실정.. 더보기
신간마실 21 도와즈가타리 - 고후카쿠사인 니조 지음, 김선화 옮김/학고방 하루 일자리 미학 - 김한성 지음/행복에너지 생각의 시대 - 김용규 지음/살림 라캉과 지젝 - 강응섭 외 지음/글항아리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 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열림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이언 헤이든 스미스 책임편집, 정지인 옮김/마로니에북스 미궁 -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오프 더 레코드 - 이수형 지음/나남출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 무당거미의 이치 - 상 -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손안의책 무당거미의 이치 - 중 -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손안의책 무당거미의 이치 - 하 .. 더보기
『냉혹한 이야기』 루이즈 페니 (피니스아프리카에, 2014) 냉혹한 이야기 -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이리저리 옮겨 다닌 시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 야생동물 보호구역, 스리 파인스의 어느 곳에서. 심하게 굶주린 이들이 잔뜩 무리 지어 살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그들은 서로를 주저하면서도 이따금씩 생채기를 내는가하면, 바깥으로부터 숨어는 있지만 자신들 역시 과거에 외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리고 그들 어제의 과거가 곪기 시작해 기어이 오늘 살갗 위에서 터지고야 만다(악마가 언제나 구석진 곳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도서추리의 냄새가 나는 『냉혹한 이야기』는 짧았던 프라하의 봄의 상처가 더쳐 모든 것이 거의 변하지 않는 마을 스리 파인스에서 곪아터진다ㅡ 마을 주민 클라라의 말처럼 스리 파인스에는 시체를 만들어내(.. 더보기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문학동네, 2014) 뉴스의 시대 -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문학동네 뉴스에는 적어도 실제로 발생한 사건 그대로의 사실뿐 아니라 첨삭이 뒤따른다. 이것은 곧 편집을 의미하며 그러한 행위의 많고 적음에 따라 오웰과 헉슬리의 우려를 반드시 동반하게 된다. 물론 사건을 단순 보도하는 것이라면 언론과 서기의 구분이 없겠지만. 뉴스(news)라는 단어의 탄생을 놓고 전 세계('N'orth, 'E'ast, 'W'est, 'S'outh)의 모든 일을 전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시시콜콜한 사건 사고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ㅡ 보통의 표현대로라면 '주문하지 않은 요리를 강제로 먹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뉴스는 상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특히.. 더보기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민음사, 1999)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민음사 이질감이 드는 다른 종족을 다루듯 혹은 치매를 앓는 노인을 꺼리듯 아이를 대하는 데이비드를 탓할 수는 없다. 그의 아내 해리엇도 마찬가지. 기어이 태어나고야 만 로즈메리의 아이 같은 그들의 다섯째 아이 벤에 관한 이 소설은, 어떤 유형의 윤리관도 뚫지 못하고(레싱 자신도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비난도 쏟아내기가 어렵다. 해리엇은 입을 열어 타이르는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어린 벤으로 하여금 자신을 버렸던 공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새로운 훈육의 방식을 터득했고, 자신의 바로 그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곧 다가올지 모르는 공포에 치를 떤다. 사악한 유아기의 벤은 보호는커녕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오물의 틈바구니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