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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열린책들, 2014) 노예 12년 -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열린책들 12년 동안 '인간에 대한 인간의 잔인함(man's inhumanity to man)'이 무엇인지를 노예 플랫은 분명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자유인이었으나 꾐에 넘어가 납치되어 노예가 된, 칼과 포크를 대신해 제 검은 손가락으로 음식을 취해야만 했던 플랫. 그는 워싱턴의 윌리엄 노예수용소, 리치먼드의 구딘 수용소, 뉴올리언스의 프리먼 수용소 ㅡ 제 소유의 동물들 앞에 나와 명령하는 운영자들 ㅡ 를 거쳐 드디어 자신을 구입한 이에게 '팔리게' 된다. 공식적인 첫 주인 윌리엄 포드를 비롯해 존 M. 티비츠, 그리고 난폭하고 무례한 힘, 교양 없는 머리, 탐욕스러운 정신의 결함으로 무장한 에드윈 엡스까지(채찍, 등을 홧홧하게 만드는 그 빌어먹을 채찍!).. 더보기
신간마실 6 미지에서 묻고 경계에서 답하다 - 고산 외 22인 지음/사이언스북스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 최규성 지음/안나푸르나 빨간 리본 - 헨닝 망켈 지음, 홍재웅 옮김/곰 허버트 조지 웰스 -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최용준 옮김/현대문학 스캔들 미술관 -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박선영 옮김/시그마북스 욕망하는 지도 -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알에이치코리아(RHK) 마운트 아날로그 - 르네 도말 지음, 오종은 옮김/이모션북스 미시시피 미시시피 - 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돌을 취하여 보배를 짓다 - 최규명 지음/열린책들 뭐라도 합시다 - 이철희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우리 혜성 이야기 - 안상현 지음/사이언스북스 주인과 심부름꾼 - 이언 맥길크리스트.. 더보기
『풍아송』 옌롄커 (문학동네, 2014) 풍아송 -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문학동네 양커는 아내 자오루핑이 리 씨 성을 가진 그 빌어먹을 작자와 몇 번이나 잠자리를 했는지, 집뿐만이 아니라 그의 거처에 가서도 일을 치렀는지, 그는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어떻게 절정을 느끼게 해주었는지, 그 오르가즘은 어떠한 유형이었는지 따위를 걱정한다. 그는 공자가 채록했다고 알려진 『시경』을 연구해 그 성과를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양커의 그러한 노력과 정신은 곧 강탈당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모래먼지 폭풍 사건에 휘말려 정신 이상자로 몰리고 만다. 하지만 정신병원 원장실에는 올라타면 쉬지 않고 달려야만 하는 특수 전기치료기, 환자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끔 고안된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양커는 한 번 더 무릎을 내어주며 ㅡ 아내의 간통을 목도했을 때 쏟아내.. 더보기
『겨울 일기』 폴 오스터 (열린책들, 2014) 겨울 일기 -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열린책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이어질 내용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든 바 있다. 「겨울철 빙판이 되어버린 2차선 도로에서 한바탕 신 나게 구른 뒤, 기어 봉에 눈두덩을 찧어 의안을 착용하게 된 달갑지 않은 사건만 하더라도 어떤가. 보라, 결국 그렇게 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우습지만, 당연하게도 『겨울 일기』에 이러한 잔인함은 없다. 사실 잔인한 묘사가 없을 뿐이겠지만. 이것을 쓰는 것이 여타 소설에 손을 대는 것보다 몇 갑절은 더 힘들었을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ㅡ .. 더보기
『문신유희』 (프로파간다, 2013) 문신유희 - 프로파간다 편집부 지음/프로파간다 문신하는 것이 꿈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양쪽 팔뚝에다가 큼직한 것을 하나씩 그려넣고 싶다. 어릴 적엔 그저 이레즈미로 우키요에나 다루마를 그린 '어깨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서_아, 나도 문신해 보고 싶다!_하는 수준이었는데, 머리가 조금씩 커지면 커질수록 그 생각들이 사라지기는커녕 외려 도안이나 위치 등이 구체화됨에 따라 나 스스로도 약간 놀랐다. 내 몸을 내가 디자인(정확하게는 타투이스트의 손에 의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매혹적인 일인 셈. 누군가는 머리 모양새를 바꾸고_어떤 이는 성형을_또 다른 자는 휘황찬란한 장신구를 걸친 채 거리를 걷고_저치는 글을 써서 자신을 내비치려 한다. 타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