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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고기』 마르틴 하르니체크 (행복한책읽기, 2012) 고기 - 마르틴 하르니체크 지음, 정보라 옮김/행복한책읽기 얄포름한 카드 한 장_사람 고기를 살 수 있는 '고기 카드'다. 카드 없이 고기를 파는 시장에 들어가거나 두 사람 이상이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아예 시장에 고기 자체가 부족하면 사람들은 붉은 제복의 경찰에게 도살된다. 그 시체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다시 시장에 공급_신선도에 따라 일급실, 이급실, 삼급실에 차등 분배. 대부분의 (사실 전부) 디스토피아 소설은 도시나 세계가 그렇게 된 과정을 생략하고 일단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다소 헐겁기까지 하다. 다른 거라면 주인공이 디스토피아를 벗어난다는 점_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_고기를 먹는 도시에 길들여져서_바깥세상에서 사고를 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우리의 주인공은 도시로 돌아오자마자 경찰에게 도살되어.. 더보기
『우리들』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열린책들, 2009) 우리들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열린책들 조직화된 사각형. '개인'이란 없는 투명성의 유리. 대오를 이루며 걷는 발들. 자유의 노란 이미지. '나'를 함몰시켜 삭제할 때 발생 가능한 '우리'와 '조직'과 '조화'와 '행복' ㅡ 이 『우리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오웰의 『1984』에 비해 날것의 느낌이 들며 거칠다. 소설 속의 '단일제국'에서는 비(非)유클리드적이거나 달리(Salvador Dali)의 「기억의 집요함(The Persistence of Memory)」(1931)과 같은 것들은 '정신 이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달리는 「기계적인 물체들은 나의 적이 되어야 한다. 시계의 경우 부드러워져야 하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며 녹아내리는 치즈를 보고서 흐.. 더보기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2) 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일본에 있을 적에 도쿄 역에 있는 초밥집에서 일한 적이 있다. 거기에 야스다(安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내가 깨진 유리잔에 손을 다쳤을 때 「뭐! 세 바늘이나 꿰맸다고!」 라며 우울한 얼굴로 걱정을 해주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천성이 착했으며 약간 어눌한 기운도 있었다. 『점과 선』에서의 야스다는 정반대다. 이쪽은 철두철미한데 내가 아는 야스다 씨는 일일결산을 볼 때 계산을 틀리기도 하는, 말하자면 영락없는 사오십 대의 사람 좋은 아저씨였다. 도쿄 역 야에스(八重洲) 북쪽 출구께 있는 누마즈 우오가시즈시(沼津魚がし寿司)에 가면 야스다 씨를 만날 수 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여간에 『점과 선』의 야스다는 그야말로 '시간의 천재'로 등.. 더보기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미쓰다 신조 (비채, 2012)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염매(厭魅): ①가위 누르는 귀신. ②짚으로 만든 인형(제웅)을 매개로 삼는 주술의 일종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병에 걸리게 하려고 귀신에게 빌거나 방술을 쓰는 행위. 민속학습서쯤 되려나. 이미 '도조 겐야 시리즈'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과 『산마처럼 비웃는 것』이 번역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이 시리즈의 첫 작품이긴 하지만 시간상 나중에 국내 출간됨으로써 그렇게 느껴질 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거듭되는 작품에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부분을 줄여나간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든다. 호러와 미스터리는 대립항처럼 보이기도 하고 융합의 접점을 보이기도 하는데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후자의 매력을 양껏 포함하고 .. 더보기
『소돔의 120일』 마르키 드 사드 (동서문화사, 2012) 소돔의 120일 - 사드 지음, 김문운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왜 읽는지도 모르면서 읽은 거나 마찬가지_지금도 (잘) 모르겠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