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썸네일형 리스트형 『플루토크라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열린책들, 2013) 플루토크라트 -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열린책들 몇 년 전 알게 된 용어로 플루토노미(plutonomy)가 있었다. 그것은 암흑물질(dark matter) 이론, 땀의 균형(sweat equity) 이론, 용감한 신세계(brave new world) 이론과 함께 미국 경제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4대 이론 중의 하나였다. 그중 플루토노미는 소득과 부의 편중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크리스티아 프릴랜드가 쓴 이 『플루토크라트』를 통해 다시 한 번 플루토(plutos)란 단어를 듣게 되었다(물론 맑스도 함께 떠올리게 되고). 그리고 책을 읽자마자 존 스튜어트 밀의 역사적인 말을 듣게 된다. 「부를 창출하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진보는 항상 지주들의 소득을 높이고, 그리고 그들이 빚어내는 문제.. 더보기 『비행공포』 에리카 종 (비채, 2013) 비행공포 -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비채 여자가 말한다. 그렇게 나한테 적대적인 개자식은 처음 봤어. 혹은, 여보, 미안하지만 이 잘생긴 남자하고 나가서 섹스 좀 하게 자리 좀 피해줄래? 남자가 말한다. 이런 엉덩이는 처음이야. 혹은, 당신의 집게손가락이 필요해요, 집게손가락하고 마주 붙일 수 있는 엄지손가락도. 이사도라의 패턴은 부코스키의 『Women』도 아니고 알 켈리식 「Sex Me」도 아니다. 그렇다고 눈이 왕방울만 한 밀라 쿠니스가 옷을 벗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가가 되려는 남자와는 절대 얽히지 말라는 주드의 말은 틀렸다. 물론 예술가가 되려고 애쓰는 자들은 미친놈일 게 빤하지만 정신분석의보다는 낫다는 것 또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더보기 『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비채, 2013) 안녕, 긴 잠이여 -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나는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을 읽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신주쿠는 등장인물들을 지켜주는 가이아처럼 여겨진다고 내뱉었던 말이 떠오른다. 실제로 그곳에서 일 년간 살아 보니 처음 발을 들이밀 때와는 달리 점점 집 밖의 아스팔트가 내 발을 끌어당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산에 오르면 모텔 불빛과 교회 십자가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던 어느 철학자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곳이 있다.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땅은 아감벤이 언급했던 도시(city)가 아닌 수용소(camp)라는, 시쳇말로 개 같은 기분이 그때는 절실히 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하라 료의 경우는 어떨까. 나는 그에게 원한 감정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억하심정이라 하는 편이 .. 더보기 『미국의 송어낚시』 리처드 브라우티건 (비채, 2013) 미국의 송어낚시 -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비채 내가 아는 어떤 남자는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으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다. 란 제목의 이 곡은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칠레 민중의 저항 가요로 널리 불린 노래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로부터 발음하기도 힘든 노래 제목을 들은 이후, 나는 줄곧 이 곡을 mp3플레이어에 넣어서 듣곤 했다. 개정판으로 출간된 브라우티건의 소설을 새로이 읽으니 어딘지 모르게 그 남자의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인텔리겐치아나 혁명 따위의 단어를 늘어놓지 않더라도, 이 작품이 실은 전혀 목가적이지 않다는 것을 저 칠레 민중의 노래가 반증하고 있으므로. 더군다나 여기에 시종일관 간섭하는 것이 바로 '송어(낚시)'의 정체와 의미인 것인데, 어쩌면 이탈.. 더보기 『블라드』 카를로스 푸엔테스 (민음사, 2013) 블라드 -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김현철 옮김/민음사 「모든 것에 부패의 씨앗이 들어 있어요. 사물에는 쇠퇴라는 씨앗이. 사람에게는 죽음이라는 씨앗이.」(p.43) 노스페라투는 뱀파이어와 동의어다. 죽은 후 무덤에서 깨어나 사람의 피를 갈구하는 귀신. 그것은 독일 출신 무르나우 감독의 동명 영화 《노스페라투》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ㅡ 심지어 이런 요소는 나날이 인기를 얻어 영화와 소설뿐만 아니라 게임에까지 적용되었는데, 캡콤에서 만든 , 또 블리자드의 에는 '언데드'가 등장한다. 더욱이 뱀파이어는 살아있는 자들의 피를 원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조금만 찾아보면 볼테르 역시 이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영국과 파리에는 세리, 사업가와 같이 일반인들의 피를 빨아 먹는.. 더보기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