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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철학자와 하녀』 고병권 (메디치미디어, 2014) 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 지음/메디치미디어 철학을 두고, 누군가는 딜레마와 모순들에 관해 생각하는 방법이라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철학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실로 다양한 철학자와 철학 방식들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철학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란다. 자, 어느 쪽이든 좋다. 딜레마와 모순에 대해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철학'을 보여준다면. 고병권은 책의 시작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참된 철학자는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이 중단된 곳, 누구도 뛰어들고 싶지 않아 하는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왜? 바로 그곳에 지금의 현실과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재료가 있기 때문이다(p.20)ㅡ 아이웨이웨이도 비슷한 말을 했다(「우리가 현실의 일부인.. 더보기
『의적 메메드(전2권)』 야샤르 케말 (열린책들, 2014) 의적 메메드 - 상 -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열린책들 케말 스스로도 단언한다. 「나는 영웅들을 믿어 본 적이 없다. 반란에 초점을 맞춘 소설들에서조차 내가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소위 영웅이라는 자들은 민중이 휘두른 효과적 도구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역자가 소설을 두고 쿠르드족과 터키 정부를 연상케 한다고는 했지만(작가도 쿠르드족 출신이다) 동시에 케말의 그것은 아시모프가 줄기차게 말해 왔던 '미래를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나 결국 소설일 뿐이라는 한숨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ㅡ 실은 이 양쪽 모두 맞는 말이지만. 어차피 민중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영웅은 끝에 가서는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한 셈이 될 테고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지금.. 더보기
신간마실 15 탐정 매뉴얼 - 제더다이어 베리 지음, 이경아 옮김/엘릭시르 광고하는 살인 -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이시언 옮김/동안 축구의 세계사 - 데이비드 골드블라트 지음, 서강목 외 옮김/실천문학사 우리 품에 돌아온 문화재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엮음/눌와 한글 논어 - 신창호 지음/판미동 일곱 성당 이야기 -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열린책들 텔레코뮤니스트 선언 - 드미트리 클라이너 지음, 권범철 옮김/갈무리 세계를 읽다 : 터키 - 아른 바이락타롤루 지음, 정해영 옮김/가지 이름과 필연 - 솔 크립키 지음, 정대현 외 옮김/필로소픽 고사성어 역사문화사전 - 김원중 엮음/글항아리 미술관에 간 붓다 - 명법 지음/나무를심는사람들 셰익스피어 전집 5 : 비극 2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 더보기
『세계를 읽다: 터키』 아른 바이락타롤루 (가지, 2014) 세계를 읽다 : 터키 - 아른 바이락타롤루 지음, 정해영 옮김/가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한일 월드컵이 열렸을 때로 기억한다. 터키와 한국을 두고 '형제의 나라'라 불렀던 것을 말이다. 내가 터키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고작 그 정도였다ㅡ 물론 그들의 한국전쟁 참전에는 나토 가입과도 뗄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터이지만. 월드컵 당시 3, 4위전을 벌였던 터키와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니폼을 바꿔 입고 서로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양국의 국기를 함께 펼쳐들기도 했다) 관중 앞에서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내가 터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나 기억 혹은 감정은 그뿐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세계를 읽다' 시리즈가 여행지 중심의 관광에 관한, 소위 여행 정보서와 다르다는 점이 좋다. 이를테면.. 더보기
『검은 수첩』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4) 검은 수첩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남궁가윤 옮김/북스피어 마쓰모토 세이초라면 덮어놓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는 마당에, 지난 『10만 분의 1의 우연』 이후 그의 작품이 출간되지 않은 것에 대해 내심 조마조마하던 차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두 권은 나올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느닷없이 '박람강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의 에세이가 출간될 줄은 몰랐다. 내용인즉슨ㅡ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혹은 사회파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답한 텍스트라고 보면 되겠다. 내가(우리가) 최근 들어 하고 있던 생각을 그는 꽤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이를테면 순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용어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소위 '중간 소설'이라 불리는 요상한 존재에 대해서도 세이초는 수상쩍게 다가간다. 특히 '가장 에세이답다' 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