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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영국식 살인의 쇠퇴』 조지 오웰 (은행나무, 2014) 영국식 살인의 쇠퇴 -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은행나무 나폴레옹과 빅 브라더에만 급급했던 지난날. 이 책은 오웰의 과거 이런저런 에세이를 묶은 책에 포함되었던 글이 중복되기도_심지어 수록된 각각의 글들은 그 성격이 일관성 있게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설켜 중구난방의 편집을 자랑한다. 그러나 오웰은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인간들을 그림으로써 독자들에게 투쟁의 대상을 심어주었고, 이 세계를 둘러싼 현상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에 자질이 있었으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까지 터득했다. 소위 문학성이 담보된 글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환멸에의 각성을 꾀하도록 도왔다. 우리는 이 책에 대해 그저 '오웰'이라는 단어 자체를 읽어낼 뿐. 더보기
『검은 수첩』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4) 검은 수첩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남궁가윤 옮김/북스피어 마쓰모토 세이초라면 덮어놓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는 마당에, 지난 『10만 분의 1의 우연』 이후 그의 작품이 출간되지 않은 것에 대해 내심 조마조마하던 차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두 권은 나올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느닷없이 '박람강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의 에세이가 출간될 줄은 몰랐다. 내용인즉슨ㅡ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혹은 사회파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답한 텍스트라고 보면 되겠다. 내가(우리가) 최근 들어 하고 있던 생각을 그는 꽤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이를테면 순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용어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소위 '중간 소설'이라 불리는 요상한 존재에 대해서도 세이초는 수상쩍게 다가간다. 특히 '가장 에세이답다' 라.. 더보기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아이웨이웨이 (미메시스, 2014)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 아이웨이웨이 지음, 리 앰브로지 엮음, 오숙은 옮김/미메시스 차오니마(草泥馬)1, 욕설, 서식지와 먹이, 끝내 '조화롭게(和諧)' 되기까지의 이 신비로운 동물의 탄생과 종말, 그리고 고양이 피하기(朶猫猫), 팔 굽혀 펴기(俯臥撑)2…… 내 머릿속은 온통, 커다란 바위를 더럽히기에 안성맞춤인 계란들로 가득 차 있다(계란으로 바위치기는 무모한 일이지만 적어도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한나라 시대의 화병을 떨어뜨려 깨뜨렸고, 선사 시대 주먹 도끼에 페인트를 씌웠으며, 옛날 탁자와 사원을 분해했고, 도자기 속의 오줌 줄기에 영원성을 부여했고, 중국의 외딴곳에 사는 1,001명의 사람들을 독일의 작은 소도시로 불러들이는 등(p.16) 별별 일들을 해 왔다. 2011년 출간.. 더보기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알마, 2014)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알마 매트리스로 만들어진 푹신한 무덤 위에 올라앉아서도 그는 (굳이) 소설가 앰브로즈 비어스가 말한 '기도'의 정의를 중얼거린다. 「기도: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고백하는 탄원자가 자신을 위해 자연의 법칙을 정지시켜달라고 탄원하는 것.」 히친스는 끝까지 이런 식이다……. 그가 식도암으로 죽기 전 써내었던 이 책을 읽으면 어딘지 모르게 나카지마 라모의 소설이 떠오른다. 라모는 매일같이 마셔댄 술 탓에 알코올성 간염으로 입원하게 되는데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 바로 『오늘 밤 모든 바에서』이다. 그러나 그는 술 때문이 아니라 뇌좌상과 외상성 뇌내혈종으로 사망했다. 생전에 '나는 계단에서 떨어져 죽을 것'이라 말했다는데 실제로도 계단을 .. 더보기
『더 스크랩』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2014) 더 스크랩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비채 내 방에도 이 한 부 있다. 일본에 있을 때 구입했던 건데(당연히 일본어판이다) 2009년 5월에 나온 것이라고 되어 있다. 'the alternative guide'라고 해서 특집으로 출간된 녀석인가 보다. 왜 이런 걸 샀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이니까, 하면서 나도 모르게 집어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들춰보니 90년대의 미국문화 어쩌고 하면서 너바나, 스매싱 펌킨스, 벡, 펄 잼 등만을 큼직큼직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니 하루키의 『더 스크랩』을 관통하는 80년대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80년대 태생이라고는 하지만 사물과 인간을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90년대에 들어서부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