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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씹어야제맛이지

『더 스크랩』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2014) 더 스크랩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비채 내 방에도 이 한 부 있다. 일본에 있을 때 구입했던 건데(당연히 일본어판이다) 2009년 5월에 나온 것이라고 되어 있다. 'the alternative guide'라고 해서 특집으로 출간된 녀석인가 보다. 왜 이런 걸 샀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이니까, 하면서 나도 모르게 집어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들춰보니 90년대의 미국문화 어쩌고 하면서 너바나, 스매싱 펌킨스, 벡, 펄 잼 등만을 큼직큼직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니 하루키의 『더 스크랩』을 관통하는 80년대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80년대 태생이라고는 하지만 사물과 인간을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90년대에 들어서부터.. 더보기
『좀비사전』 김봉석, 임지희 (프로파간다, 2013) 좀비사전 - 김봉석.임지희 지음/프로파간다 대체 이런 책이 필요해? 부제는 '당신이 좀비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_심지어 항목들을 짚어가다 보면 2008년 방영된 TV 프로그램 의 이야기까지 등장해주심_'여름특집: 28년 후.'_50대에 가까운 카메라와 방송사 특수분장팀이 동원된 그야말로 매머드급 기획이 아니었던가! 하여간 책은 영화_소설_게임_음악_관련 사이트_만화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다한 것들을 다 욱여넣었다. 느닷없이 롭 좀비가 등장했을 때 파안대소를 하긴 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그 양반도 좀비임. 더보기
『문신유희』 (프로파간다, 2013) 문신유희 - 프로파간다 편집부 지음/프로파간다 문신하는 것이 꿈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양쪽 팔뚝에다가 큼직한 것을 하나씩 그려넣고 싶다. 어릴 적엔 그저 이레즈미로 우키요에나 다루마를 그린 '어깨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서_아, 나도 문신해 보고 싶다!_하는 수준이었는데, 머리가 조금씩 커지면 커질수록 그 생각들이 사라지기는커녕 외려 도안이나 위치 등이 구체화됨에 따라 나 스스로도 약간 놀랐다. 내 몸을 내가 디자인(정확하게는 타투이스트의 손에 의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매혹적인 일인 셈. 누군가는 머리 모양새를 바꾸고_어떤 이는 성형을_또 다른 자는 휘황찬란한 장신구를 걸친 채 거리를 걷고_저치는 글을 써서 자신을 내비치려 한다. 타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더보기
『개 같은 시절』 안드레아스 알트만 (박하, 2014) 개 같은 시절 - 안드레아스 알트만 지음, 박여명 옮김/박하 그의 언어는 말[言]이 아닌 눈빛과 몸짓이다. 그리스어로 용감함을 뜻하는 안드레아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가진 이름만큼 용감하긴 한가? 잡지로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모든 형제를 비롯한 가족을 증오하며 남의 음식을 빼앗는가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함을 지르는 그의 아버지이자 개자식인 프란츠 사버 알트만의 앞에서도 용감할 수 있었던가? 제 아버지로부터 인생을 도둑맞고 알트만 하우스에서 알트만 사료를 먹고 자란 안드레아스. 적절치 못한 비유이지만 《흐르는 강물처럼》의 둘째 폴은 언제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결국엔 순응하고 말았고 그에 비해 장남은 교묘히 머리를 굴려 부모의 그늘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언제나 포핸드와 백.. 더보기
『팽 선생』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 2013) 팽 선생 -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열린책들 『제3제국』보다 세련되고 직접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보다는 복잡한 구조를 띤다. 소설은 카렌 두베의 『폭우』만큼은 아니어도 시종일관 비에 젖어있는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지배적이고, 은밀하고 간접적이게 그리고 입을 열어 말하기보다는 은유를 통한 보여주기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더군다나 끈질기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살아있는/살아남은 모든 것에 저주를 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ㅡ 팽 선생이든 누구든 ㅡ 볼라뇨는 그것조차 잘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고도 방관하려는 자와 묵살하는 자, 문제제기를 하였지만 나아가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자, 그것을 개선하려고 하지만 종국에는 외려 그 스스로가 죽어갈 뿐인 자. 어느 쪽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