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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영국식 살인의 쇠퇴』 조지 오웰 (은행나무, 2014) 영국식 살인의 쇠퇴 -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은행나무 나폴레옹과 빅 브라더에만 급급했던 지난날. 이 책은 오웰의 과거 이런저런 에세이를 묶은 책에 포함되었던 글이 중복되기도_심지어 수록된 각각의 글들은 그 성격이 일관성 있게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설켜 중구난방의 편집을 자랑한다. 그러나 오웰은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인간들을 그림으로써 독자들에게 투쟁의 대상을 심어주었고, 이 세계를 둘러싼 현상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에 자질이 있었으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까지 터득했다. 소위 문학성이 담보된 글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환멸에의 각성을 꾀하도록 도왔다. 우리는 이 책에 대해 그저 '오웰'이라는 단어 자체를 읽어낼 뿐. 더보기
『고기』 마르틴 하르니체크 (행복한책읽기, 2012) 고기 - 마르틴 하르니체크 지음, 정보라 옮김/행복한책읽기 얄포름한 카드 한 장_사람 고기를 살 수 있는 '고기 카드'다. 카드 없이 고기를 파는 시장에 들어가거나 두 사람 이상이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아예 시장에 고기 자체가 부족하면 사람들은 붉은 제복의 경찰에게 도살된다. 그 시체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다시 시장에 공급_신선도에 따라 일급실, 이급실, 삼급실에 차등 분배. 대부분의 (사실 전부) 디스토피아 소설은 도시나 세계가 그렇게 된 과정을 생략하고 일단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다소 헐겁기까지 하다. 다른 거라면 주인공이 디스토피아를 벗어난다는 점_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_고기를 먹는 도시에 길들여져서_바깥세상에서 사고를 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우리의 주인공은 도시로 돌아오자마자 경찰에게 도살되어.. 더보기
『우리들』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열린책들, 2009) 우리들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열린책들 조직화된 사각형. '개인'이란 없는 투명성의 유리. 대오를 이루며 걷는 발들. 자유의 노란 이미지. '나'를 함몰시켜 삭제할 때 발생 가능한 '우리'와 '조직'과 '조화'와 '행복' ㅡ 이 『우리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오웰의 『1984』에 비해 날것의 느낌이 들며 거칠다. 소설 속의 '단일제국'에서는 비(非)유클리드적이거나 달리(Salvador Dali)의 「기억의 집요함(The Persistence of Memory)」(1931)과 같은 것들은 '정신 이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달리는 「기계적인 물체들은 나의 적이 되어야 한다. 시계의 경우 부드러워져야 하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며 녹아내리는 치즈를 보고서 흐.. 더보기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0)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 조지 오웰이 1946년 쓴 짧은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의 구절이다. 지금은 몹시 유명한 문구가 되었다. 조지 오웰이라고 하면 역시 『1984』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되고 나 또한 이 두 작품밖에 읽어보지 않았다. 이런 청맹과니 같은 짓은, 이 두 소설이 조지 오웰의 저술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특히 『나.. 더보기
『1Q84(전3권)』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공기 번데기」에서 '번데기'와 '누에고치'를 혼동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오웰의 『1984』의(와) 빅 브라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아는 덴고는 군인(일본 자위대의 경우는 정확히 어떤지 모르지만)으로 묘사되고 만약 시점이 일제 강점기라면 후카에리는 위안부인 것인지(어쩌면 아오마메도) ㅡ 나중에 그녀는 덴고에게 몸을 '바친다.' 군인인 덴고는 아오마메를 사랑하지만 아오마메는 살인을 하는 사람이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태를 하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 70대 노부인은 '우리는 올바른 일을 했으니까요' 하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인지. 그리고 옆에 서 있는 다마루라는 남자는 그녀(들)에게 '하늘의 뜻에 따라'라며 맞장구를 치는 것인지 ㅡ 사실 이 논리로는 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