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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2012)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비채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ㅡ 무라카미 라디오 2 ㅡ 가 나오기 십 년쯤 전에 『무라카미 라디오』(까치, 2001)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같은 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하시 아유미(大橋步)가 삽화를 그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예전 것에는 '사정상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오하시 씨의 그림은 빠지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란 편집부의 코멘트 하나로 마무리되어 있다. 그 사정이라는 게 뭔지 그다지 관심은 없었지만 귀찮아서는 아니겠지(설마). 이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옛날 글들을 다시 한번 죽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는 참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도 쓸 .. 더보기
『영원의 아이(전2권)』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2010) 영원의 아이 - 상 -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어덜트 칠드런(일본에서 사용하는 한정된 의미가 아닌)의 이야기다. 그리고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다 (...) 의식 밑바닥에, 실은 '네가 열심히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라는, 분풀이와도 비슷한 분노의 감정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 봐, 난 이렇게 하고 있어. 어때, 칭찬해, 인정하란 말이야」라는 료헤이의 상념이 이승환의 노랫말 ㅡ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가족」) ㅡ 을 만나면 참 우스운 꼴로 변하기도 한다. 실은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숀이 윌에게 했던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It's not your fault.」 아이와 마찬가지로 부모 역시 빈약한 존재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그 '련(憐)'의.. 더보기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찰스 부코스키 (바다출판사, 2000)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그 첫번째 -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김철인 옮김/바다출판사 무라카미 하루키식의 말랑말랑하고 애틋한 섹스 묘사는 아니더라도, 부코스키의 섹스에는 솔직함이 있고 날것의 호르몬이 즐비하다. 부코스키 얘기를 하려면 일단 섹스를 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다. 누가 됐든 섹스를 하는 이유를 들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거기엔 굉장히 매혹적이고 복잡하며 불가사의한 덩어리가 존재한다. 아무리 개별적 동기를 쪼개고 쪼갠다한들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심지어 첫 데이트에서 '너무 쉬워 보이면 안 된다'라는 생각 때문에 섹스를 최대한 뒤로 미루는 여성(이런 남성은 없을 줄로 안다, 나는 확신한다)들도 있지 않나 ㅡ 별로 상관은 없지만 여기에 덧붙이면, 첫 데이트에서 섹스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 .. 더보기
『1Q84(전3권)』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공기 번데기」에서 '번데기'와 '누에고치'를 혼동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오웰의 『1984』의(와) 빅 브라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아는 덴고는 군인(일본 자위대의 경우는 정확히 어떤지 모르지만)으로 묘사되고 만약 시점이 일제 강점기라면 후카에리는 위안부인 것인지(어쩌면 아오마메도) ㅡ 나중에 그녀는 덴고에게 몸을 '바친다.' 군인인 덴고는 아오마메를 사랑하지만 아오마메는 살인을 하는 사람이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태를 하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 70대 노부인은 '우리는 올바른 일을 했으니까요' 하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인지. 그리고 옆에 서 있는 다마루라는 남자는 그녀(들)에게 '하늘의 뜻에 따라'라며 맞장구를 치는 것인지 ㅡ 사실 이 논리로는 책.. 더보기
『짐승의 길(전2권)』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2) 누군가는 그렇고 그런 치정을 다룬 B급소설이라고 할는지도.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일단 재미있으니까. 나는 트릭을 풀고 범인을 밝혀내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세련됐다, 뭐 그런 생각이다. ‘이야기’가 있잖나. 단 한번이라도 이름이 언급된 인물은 책동의 기미를 보이고, 나라도 그럴 수 있으려나, 하는 ‘텍스트 vs(and) 현실’의 일말의 끈이 있으니까 말이다. 집에 병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다미코의 생각은 나도 (경험해봐서)안다. 그래서 얼마든지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충분조건이 구비되어 있다. 단, 저 뒤에서 ‘노인의 고독’(하권 p.300)을 깨달았다면 남편의 고독 또한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또한 생긴다 ㅡ 어느 쪽이건 그녀가 씁쓸해지기만 하지만 역시 세이초의 여성 심리묘사는 탁월하다 못해 정말이지 천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