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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탄생』 탕누어 (김영사, 2015) 한자의 탄생 -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김영사 아마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표의문자는 한자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상형문자로서 한자의 외양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한자의 탄생』도 본론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 사례를 짚는다. 看ㅡ 눈(目) 위에 빛을 가리고 사물을 진지하게 응시할 수 있도록 손이 하나 얹혀있단다, 그래서 見에 비해 또 다른 내용이 가미되었다는 것인데, 전자는 차치하고라도 看은 확실히 見보다는 다소의 확장성을 함의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볼 수 있는 표지판, 화장실의 남녀를 구분해놓은 그림들, 비상구 팻말의 달려가는 사람, 신호등에서의 걷는 자와 멈춰있는 자. 이것들을 통해 일종의 기호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동시에 얼마만큼의 밀접함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게.. 더보기
『시간 연대기』 애덤 프랭크 (에이도스, 2015) 시간 연대기 - 애덤 프랭크 지음, 고은주 옮김/에이도스 어디선가는 시간을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는 것'이라 하고, 또 어느 쪽에선 '한번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들 한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선 시간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가하면 소설 『점과 선』 등에서는 찰나의 몇 분을 이용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ㅡ 에코의 『전날의 섬』은 제쳐두고. 지금, 이전, 다음. 그저 단어에 불과하지만 이것들은 죄다 시간을 단속적으로 분절하며 우리의 통념에 덧댄 안정감을 준다('언제'가 간섭하면 꽤 재미있는 사유가 가능하다). 각각의 순간들ㅡ 손으로 만질 수 없을지라도ㅡ 특히 양적인 측면에서ㅡ 심히 불확실하고 때때로 터무니없이 들리기도 하는 시간(들)ㅡ 그래서 심지어는 이쪽과 저쪽을 나누기도 한다. 때문에 '시간.. 더보기
신간마실 32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 캐스파 헨더슨 지음, 이한음 옮김/은행나무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 프랑크 모베르 지음, 박선주 옮김/그린비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서중석.김덕련 지음/오월의봄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2 - 서중석.김덕련 지음/오월의봄 혐오와 수치심 - 마사 너스바움 지음, 조계원 옮김/민음사 프로이트의 카우치, 스콧의 엉덩이, 브론테의 무덤 - 사이먼 골드힐 지음, 최재봉 옮김/뜨인돌 노가쿠 - 아마노 후미오 지음, 김난주 옮김/채륜 성 -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열린책들 도쿄노트 - 히라타 오리자 지음, 성기웅 옮김/현암사 과학하는 마음 - 히라타 오리자 지음, 성기웅 옮김/현암사 서울시민 - 히라타 오리자 지음, 성기웅 옮김/현암사 처음 만나는.. 더보기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아즈마 히로키 (마티, 2015)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 아즈마 히로키 외 지음, 양지연 옮김/마티 동쪽과 서쪽 거리에, 북쪽 바다에 그리고 남쪽 섬에도 비가 온다며 블루 하츠(The Blue Hearts)는 그들의 노래 「체르노빌」에서 말한다. 그런데 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제1원전의 관광지화 계획을 들으며 레니 크래비츠의 「I Build This Garden For Us」를 떠올린다. 맥락은 젖혀두고라도 그 노랫말과 심상이 어딘지 모르게 맞아떨어진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든지 말든지, 키예프 중심부에 있는 국립 체르노빌 박물관의 부관장인 안나 콜로레브스카는 또 이렇게 입을 연다. 「영국의 물리학자 존 톰슨은 20세기 초에 이런 말을 했다. '인류는 너무 많은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와 같다. 그리고 이 장난감 놀이법을 익.. 더보기
『1968년 2월 12일』 고경태 (한겨레출판, 2015) 1968년 2월 12일 - 고경태 지음/한겨레출판 피아(彼我)를 나누고, 상처를 만든다. 토큰 경제에 따라 행동하며 '살인'보다는 '교전'이라 완곡히 표현한다. 사람들이 죽었고, 그날 f, g, O, P번 따위로 명명된 사진은 지금도 살아있다. 『1968년 2월 12일』의 그날 하루만이 끊임없는 동어반복 위에서 울고 있을 따름이다. 소녀는 옆구리에서 쏟아지는 창자를 부여잡았고 그녀의 동생은 입속에 넣어진 총알을 먹고 죽었다. 소년이 총 맞은 오른쪽 다리를 절뚝이며 난자당한 다섯 살배기 동생을 목도할 때, 건너에서 젖을 먹이던 엄마는 난데없는 죽음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이 모든 각각의 세상 반대편엔 총칼을 든 군인들이 있었다. 학살이다. 해병제2여단 1중대원들이 마을에 진입한 뒤 주민 74명이 살해되었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