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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요 네스뵈 (비채, 2015) 데빌스 스타 -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비채 [스포일러 있음] 한껏 재며 고독한 척은 혼자 다 하는 해리. 알코올뿐 아니라 범죄 자체에도 중독된 해리. 그래도 끝내 소위 '오슬로 3부작'이라는 미니시리즈의 마지막 능선을 넘으며 두 개의 범죄가 마무리된다. 하나는 『데빌스 스타』만의, 또 하나는 『레드브레스트』와 『네메시스』를 이어 비로소 완결되는 내부 속의 내부의 문제. 여기서 해리가 가부좌를 겯고 앉아 보이지 않는 누군가로부터 계시라도 받으려는 듯 틀어놓은 듀크 엘링턴의 음악이 재미있다. 설명대로 영화 《컨버세이션》에서 진 해크먼이 야간 버스에 앉아있는 장면에서 흐르던 음악 말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인파가 넘치는 공원에서 특정 인물들의 대화를 엿듣는데 『데빌스 스타』에서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 더보기
『고래』 천명관 (문학동네, 2004) 고래 - 천명관 지음/문학동네 빌어먹을 택시기사 트래비스_그토록 혐오스럽던 마츠코_이 둘과 더불어 '우울함'이라면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우울한 여자/여자들의 이야기. 이 소설을 평한 어느 교수 왈, 보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과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아울러 담겨지게 된다면_하고 곧 마르케스와 귄터 그라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내가 갸우뚱하는 건 왜 굳이 그래야 하는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다. 더보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김봉석 (북극곰, 2015)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 김봉석 지음/북극곰 꼭지 한 개마다 책이나 영화를 추억하는 김봉석의 이야기ㅡ 무턱대고 쌈마이스럽거나(덜 유치하게 표현해 B급에 가깝거나) 순간순간의 소비적 오락에 취해 진득하니 표류하거나. 그는 사춘기 시절 강해지고 싶다는 이유와 함께 자연스레 접하게 된 이소룡, 성룡, 이연걸을 꼽는데, 미안하지만 난 그쪽보다 헤싱헤싱한 적룡이 등장하는 《영웅본색》을 더 좋아한다. 기억할 수 있는 한 그 영화를 열 번 이상 보았고,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말하면 도합 서른 번 이상 본 셈이다. 죠스바 국물 뚝뚝 떨어지는 피 칠갑의 면상과 괜히 어깨에 힘주게 되는 멋진 대사들을 따라올 영화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소룡 쪽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무시무시한 갈고리와 맞짱을 뜨는 《용쟁.. 더보기
신간마실 34 클로저 - 마리아노 리베라 지음, 한승훈 옮김, 웨인 코피 기고/브레인스토어 푸코 이후 - 오모다 소노에 외 지음, 세리자와 가즈야 외 엮음, 김상운 옮김/난장 인도 - 안그라픽스 편집부 엮음/안그라픽스 민주주의 헌법론 - 국순옥 지음/아카넷 최상의 중국 예술 : 시.서.화 삼절 - 마이클 설리번 지음, 문정희 옮김/한국미술연구소 낡은 것들의 힘 - 에밀리 스피백 지음, 이주혜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모던 아트 쿡북 - 메리 앤 코즈 지음, 황근하 옮김/디자인하우스 라스트 타이쿤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임근희 옮김/이모션북스 제국 - 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 공진성 옮김/책세상 메이저리그 가이드 2015 - 손윤 외 지음, 김찬영 그림, 유효상 코디네이트/알에이치코리아(RHK) 그들은 .. 더보기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민음사, 2000) 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민음사 힘없이 늘어난 용수철 같다. 아니면 황당할 정도로 무뎌져 쓸모없게 돼버린 날붙이이거나. 보이지 않는 거센 공기는 가까이 오는 자를 멀리 보내고 멀리 있는 자를 이쪽으로 떠밀며 그런 식으로 이리저리 찢기다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베케트가 무슨 술수를 부렸든 간에 바둑판 위 인간들은 제 발이 잘못됐는데도 구두 탓만 하게 된다(블라디미르의 대사). 처음부터 얻어맞은 채 등장하는 에스트라공은 누군가에게 당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블라디미르는 모자를 만지고 두드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며, 럭키의 목줄을 쥔 포조는 2막 이후 왜인지 장님이 되어 이번엔 럭키에게 이끌려 다니는 신세가 되는데다가, 단 두 번의 대사밖엔 없지만 '생각해!'라는 명령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