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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 리처드 예이츠 (오퍼스프레스, 2014)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 -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윤미성 옮김/오퍼스프레스 죄다 고독하거나 공허하거나 아니면 후유증 내지는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나와 춤을 추고, 예이츠의 미니멀한 묘사는 굳이 시대상을 들먹이지 않아도 온몸으로 고독의 피해를 입은 자들을 고스란히 현대로 데려와 이질감을 느낄 수 없게 한다. 그것이 너무나도 신중한 탓에 외려 인물들은 필요 이상으로 쓸쓸하고 고달프게 그려진다. 여자는 오래도록 입원 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무신경하고 남편 또한 그녀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아프지 않아」). 그들은 서로에게 고독을 심어준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그녀가 남편을 뒤로하고 병원을 나설 때는 어딘지 모르게 김승옥이 그린 몰래 여관을 빠져나오는 두 젊은이를 연상케 한다. 예이츠.. 더보기
『현기증』 프랑크 틸리에 (은행나무, 2014) 현기증 - 프랑크 틸리에 지음, 박민정 옮김/은행나무 조나탕, 파리드, 미셸, 이 세 남자. 하나는 얼굴에 철가면_나머지 둘은 족쇄에 묶인 채 동굴에서 깨어나고_그들 곁엔 시체 한 구, 조나탕이 기르던 개. 메모에 적힌 것은 철가면이 족쇄들에게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경우 철가면에 설치된 폭탄이 터진다는 것. 머릿속에 영화 《쏘우》가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 더군다나 제한된 공간_제한된 인물_그러니 어쩔 수 없는 피로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살아서 나갈 수 있다_결국 우리는 죽는다_이 두 가지의 반복과 불가해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끝엔 현기증 나는 현실_갈팡질팡_어지럽다. 더보기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 마이클 S. 최 (후마니타스, 2014)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 - 마이클 S. 최 지음, 허석재 옮김/후마니타스 책은 공유 지식(common knowledge)을 매개로 조정 문제(coordination problems)를 다룬다ㅡ 사람들이 이런저런 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 지식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메시지를 당신도 똑같이 알고 있고, 내가 그 메시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도 알고 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이 안다는 사실을 내가 인지하고 있다(메타지식)는 무한 회귀의 공유 지식 과정을 거쳐 조정 문제에 도달한다는 거다(그러므로 조정에 성공하려면 메타지식이 필수적이다). 여기 하나의 예시가 있다. 나는 시위대에 참가하려고 하는데 공권력에 의해 강제당하지 않을 정도의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에.. 더보기
『블루게이트』 장진수 (오마이북, 2014) 블루게이트 - 장진수 지음/오마이북 내부 고발자를 다룬 영화 《인사이더》에서는 담배 회사의 비도덕적인 면을 폭로하는 제프리 위갠드(러셀 크로우 분)가 등장한다. 『블루게이트』도 다르지 않다. 장진수는 인사이동을 하자마자 힘의 논리를 터득했다. 동료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도 그곳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게 되는 동시에 자신 또한 증거인멸에 가담하게 될 줄은 알지 못했으며, '암행감찰반'으로 불리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발령이 난 뒤 윗선에 상납을 하는 등 황당한 지휘체계를 지닌 자신의 조직을 의아히 여길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훗날 그는, 자기 스스로마저 고발하는 고통을 안게 되었다. 그의 기록을 읽어 내려가면 흡사 과거 중앙정보부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역시 용기 있는 기록이었던 『남.. 더보기
『석유, 욕망의 샘』 김재명 (프로네시스, 2007) 석유, 욕망의 샘 - 김재명 지음/프로네시스(웅진)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고,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전용기를 타고 다니겠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ㅡ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도는 이야기. (책 출간과 지금 시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뼈대는 같다) OPEC이 만들어지고, 석유 파동이 일어나고, (한국에서는 '오일 특수'를 누리게 되고) 산지는 석유를 팔아 무기를 사고, 다시 그 무기로 인해 내전이 발발하고ㅡ 책에서 다이아몬드(bloody diamond)를 설명하며 '숙녀들의 영원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반군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묘사한 것처럼, '검은 황금'이라 일컬어지는 석유 또한 bloody oil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다……. 미국은 중동 쪽의 유가가 높아지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