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란의 도시』 데이비드 하비 (에이도스, 2014) 반란의 도시 -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에이도스 하비의 말은 옳다. 도시는 본래 잉여 생산물이 사회적, 지리적으로 집적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도시화는 언제나 일종의 계급 현상이었다. 잉여가 어디서, 누구에게서 추출되건 그것을 사용할 권한은 소수(예컨대 종교적 과두지배자나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에 사로잡힌 전사)의 손아귀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p.28) 그런데 그 도시/도시화가, 온 지구를 덮었다. 하비가 주장하는 도시권에 대한 요구는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자본가는 일정량의 화폐를 가지고서 하루를 시작한 후 그 이상의 화폐를 챙겨(이윤을 얻어) 하루를 마친다. 여기서 '자본주의적 도시화'가 탄생한다. 아마도 도시인(특히 돈이 많은)들에게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 더보기
『쿠데타의 기술』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이책, 2014) 쿠데타의 기술 -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 이성근.정기인 옮김, 문준영 감수해제/이책 세평이라는 것은 가차 없고 날카로우며 무섭다. 최근 로버트 서비스가 쓴 『트로츠키』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가 권력을 장악했더라면 소련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트로츠키가 스탈린주의의 근저에 있었다고 보는 이도 있는데, 트로이카(스탈린, 지노비예프, 카메네프)와의 대립으로 보건대 이것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늘 권력의 탈취와 방어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나 뒷맛이 좋지 않은 마지막 길이 기다리고 있는가 보다ㅡ 트로츠키는 망명했던 멕시코에서 등산 피켈로 살해당했고 그 몇 년 전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는 사이좋게 총살되었다. 심지어 말라파르테는 이 책을 썼다는 이유.. 더보기
『캐리』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03) 캐리 -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황금가지 킹은 스스로가 『캐리』를 두고, 고등학교를 상당히 보편적인 방식으로 남성 및 여성 포식자들의 지옥으로서 관찰한다고 말했다.(스티븐 킹 『죽음의 무도』) 그러면서 드 팔마로 영화화된 《캐리》와 자신의 소설이 성공을 거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캐리의 복수는 체육 시간에 체육복 바지가 강제로 끌려 내려진 적 있거나 자습실에서 안경에 다른 애들의 엄지손가락 지문 세례를 받아본 적 있는 학생들이 찬성할 만한 복수인 것이다. 캐리의 체육관 파괴 장면에서(그리고 빠듯한 예산 탓에 영화에선 빠졌지만, 책 속에서 캐리가 집으로 돌아가며 벌이는 파괴적인 행진 장면에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짓밟힌 자들이 꿈꾸는 혁명을 본다.」 킹이 아쉬워했던 점은 작년에 리메이크된 영화에.. 더보기
신간마실 10 북로우의 도둑들 - 트래비스 맥데이드 지음, 노상미 옮김/책세상 유교의 정치적 무의식 - 김상준 지음/글항아리 수학의 역사 - 데이비드 벌린스키 지음, 류주환 외 옮김/을유문화사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이승원 지음/천년의상상 고사기 - 오오노야스마로 지음, 강용자 옮김/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열린책들 이 상한 나라의 치과 -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지음/개마고원 국가를 되찾자 - 힐러리 웨인라이트 지음, 김현우 옮김/이매진 이대로 가면 또 진다 - 손석춘.지승호 지음/철수와영희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 최인기 글.사진/동녘 불량 제약회사 - 벤 골드에이커 지음, 안형식.권민 옮김/공존 낭비 사회를 넘어서 -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민.. 더보기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아서 코난 도일 (북스피어, 2014)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송기철 옮김/북스피어 심상찮은 넘버링 000부터 시작해서 007번이자 8권 째인 『J. 하버쿡 젭슨의 진술』까지 왔다. 솔직히 말해 코난 도일은 그간 (어쩔 수 없이) 셜록 홈스를 제외하면 물음표만 둥둥 떠다니는 작가였다. 정말이지 감가상각 없이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의 수상쩍은 작품집이 출간되었고, 내용마저 머리를 싸맨 채 범인을 밝혀야 하는 '추리물'이 아니었다. 해양구조 컨설턴트(salvage specialist)를 표방한 트래비스 맥기도 아닌 바에야 '해양 미스터리'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기에는 다소 느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출판사 사장님의 인용을 일부 재인용하자면ㅡ 망망대해를 느릿하게 떠도는 배 한 척, 선장도 선원도 없고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