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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1992) 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열린책들 기억력이 아무리 나빠졌다 해도_좀머_라는 단어는 잊히지 않는다. 쥐스킨트 = 아이_쥐스킨트 = 좀머_∴아이 = 좀머_라는 등식. 재미있는 건, 읽으면 읽을수록 나에게 투영시키는 대상이 아이에서 시작해 서서히 좀머로 변해간다는 점. 더보기
『장미의 이름(전2권)』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00, 신판) 알다시피 세상 모든 건 점, 선, 면, 체를 이루며 움직인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대로 기억이란 콩나물 비빔밥 같아서 나는 무엇이 어떤 점이었는지 뭐였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비록 스트레스 해소와 데시벨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장서관 미로의 비밀을 알아냈을 때 윌리엄의 외침은 점, 선, 면, 체 모두를 꿰뚫는 환희의 데시벨, 그것이었으리라 ㅡ 화국和局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던 애매모호한 장서관의 여행, 그리고 쾅, 머리를 뒤흔듦, 이것들을 생각해보라 ㅡ 마치 여유로움의 벼락부자가 된 듯이. 에코의 다른 저작에서도 '집단에서 함께 오줌을 누지 않는 사람은 도둑이거나 간첩'이라 하지 않았나. 이것으로 보건대 당시 윌리엄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환희에 찬 지식의 도둑이었음에 틀림없다. 단순한 추리 소설이.. 더보기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홍지웅 (열린책들, 2009) 1월 12일, 3월 23일, 3월 28일만 빠진 2004년 365일의 기록. 이 일기를 몇 번의 호흡에 읽었는지 확인해보니 책 귀퉁이가 총 11번 꺾여 있다(나는 가름끈이 없는 책은 접으며 읽는다). 징글징글하다. 괴상하다면 괴상한 취미겠지만(?) 나는 음반 한 장을 사도 executive producer, producer, co-producer, directer, composer 등을 누가 담당했는지 확인해보곤 한다. 책도 마찬가지(이 책의 발행인은 당연히 홍지웅). 그래서 과거의 어느 날엔가 웹을 검색해 저자의 이야기가 실린 80년대 후반과 90년대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땐 장발이었다. 『통의동에서...』는 장발의 저자와 그렇지 않은 저자 사진이 모두 있다. '열린책들'의 사무실이나 책들 사진.. 더보기
『삶과 죽음의 시』 아모스 오즈 (열린책들, 2010) 아모스 오즈의 『삶과 죽음의 시』. 머리가 아프다. 상상인지 현실인지 심지어 아직도 모르겠다. 아직도 상상인지 모르겠다. 현실인지 심지어 모르겠다. 모르겠다 나는 심지어 아직도. 주인공 '저자'가 뿜는 끝없는 상상의 똬리는, 도중에 멈출 수 없는 사정(射精)과도 같이 거침이 없다. 그런데 실제 ㅡ 실제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하면, 나는 심지어 아직도 모르겠다! ㅡ 로는 세피아 빛 사진의 시대에서 온 사진사처럼 셔터를 눌러 유령으로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p.128). 마술적 허구주의나 난폭한(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텍스트는, 이 작품을 더욱 가볍거나 더욱 무겁게 혹은 대상을 관통하거나 속박된 시(詩)를 표방한다 ㅡ 영화 《스내치》에 등장하는 후, 하고 불면 사라지는 브릭탑의 돼지우리처럼. 아니.. 더보기
『영원한 친구』 존 르 카레 (열린책들, 2010) 이 작품을 읽기 위해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먼저 읽었다. 2001년에 구입해 놓고 먼지만 쌓여 있던 그 책은 정말 '최고'였다(『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까지 마저 읽고 『영원한 친구』를 읽는 게 낫지 않았을까?). 확실히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보다는 전체적으로 이완된 느낌이지만 원숙미는 더욱 심화되었다. 몰락한 첩보원의 인상을 받았다고나 할까. 처음 다소 밋밋하다고 느껴지는 찰나 서서히 시작되는 절박함이 드러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과거에 '일어났던 것'을 풀어놓는 방법은 형식적 틀과 시선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ㅡ 그러나 역시 자꾸만 『팅·테·솔·스』를 읽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아마 영영 안 읽는다면 언젠가는, 주인공 먼디가 베를린에서 만난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