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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의 집』 고시마 유스케 (서해문집, 2014) 모든 이의 집 - 고시마 유스케 지음, 박성준 옮김/서해문집 해골처럼 보이는 골조에 하나씩 살갗을 덧대고 외투를 씌운다. 흙을 빚는 소믈리에 미장 장인과 도편수에 의해 아무것도 없는 현장에 건물의 형태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하고 기와장이 장인이 잘 구운 기와로 지붕을 올린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천양지차로, 즉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의 트라이앵글이 잘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차를 구입하고서 고사를 지내듯 먼저 건물을 지을 때도 공사의 안전을 기원하는 지신제를 지낸다. '첫 낫질의 예'로 작은 대나무가 심긴 모래산에서 건축가가 낫질을 하고, '첫 삽질의 예'로 건축주가 모래산을 허문다. 마지막으로 시공자가 '첫 곡괭이질의 예'를 다해 모래산을 파 공물을 묻는다. 『모든 이의.. 더보기
『범퍼스티커로 철학하기』 잭 보웬 (민음인, 2012) 범퍼스티커로 철학하기 - 잭 보웬 지음, 이수경 옮김/민음인 범퍼스티커에서 정말로 철학이나 현학의 증거를 찾고 싶지는 않다. 그걸 유심히 쳐다본다고 한들 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를 리 없고 다른 차들에 어떤 장식이 되어있는가 따위에도 신경 쓸 시간이 없다. 행인 중의 하나인 나 역시 갈 길이 바쁜 사람이다. 더군다나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이때도 매한가지로 어떻게 생긴 차에 어떻게 생긴 운전자와 동승자가 탑승하고 있으며 저것이 어떤 회사의 엠블럼을 붙이고 있고 또 어떤 내용을 담은 범퍼스티커를 붙이고 있는지 따위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슬쩍 고개를 돌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한다고 치자, 우연찮게 어떤 범퍼스티커가 내 눈에 들어왔다고 해도 영 재미없는 것들 뿐이다. .. 더보기
신간마실 26 가장 멍청한 세대 - 마크 바우어라인 지음, 김선아 옮김/인물과사상사 광고로 보는 근대문화사 - 김병희 지음/살림 죄의 문제 - 카를 야스퍼스 지음, 이재승 옮김/앨피 서울 건축 만담 - 차현호.최준석 지음/아트북스 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 카렐 차페크 지음, 정찬형 옮김/모비딕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 카렐 차페크 지음, 정찬형 옮김/모비딕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야마다 아키히로 일러스트/엘릭시르 마성의 아이 -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야마다 아키히로 일러스트/엘릭시르 얼음 속의 소녀들 -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노블마인 죽을 줄 몰랐어 - 모르강 스포르테스 지음, 임호경 옮김/시드페이퍼 탁류 : 채만식 장편소설 - 채만식 지.. 더보기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오노 후유미 (엘릭시르, 2014)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야마다 아키히로 일러스트/엘릭시르 가장 중요한 것은 천제의 뜻이다. 열두 나라의 이야기를 하나씩 돌아가며 그린다손 치더라도, 종국에는 일체를 아우르는 하늘의 뜻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설정은 천제가 열세 나라를 만들어 그중 하나를 황해(黃海)와 봉산(蓬山)으로 삼아 여신(女神)과 여선(女仙)의 땅으로 만들고 남은 열두 나라에 각각의 왕을 내려 국가의 기틀을 이룬 것에서 출발하는데, 천제가 내린 궁극적인 뜻은 만민의 안녕이 곧 국가의 행복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오노 후유미가 불교학을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니 이 십이국기 시리즈는 일견 불교의 세계관과 닮아있다고 할 수 있을는지도. 그도 그럴 것이 소설 말미에.. 더보기
『네 시체를 묻어라』 루이즈 페니 (피니스아프리카에, 2014) 네 시체를 묻어라 - 루이즈 페니 지음, 김연우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최근작 『냉혹한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소용이 없을 듯하다. 분명히 그때 올리비에는 살인죄를 선고받은 뒤 복역하고 있었으나 가마슈가 새삼 그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때문이다. 『네 시체를 묻어라』는 새로운 사건과 함께 그 올리비에 사건을 재수사하는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다. 차갑고 새하얀 이미지의 퀘벡과, 그와 비슷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폐쇄적 기운이 감도는 문예역사협회. 바로 거기서 사람이 죽는다. 퀘벡, 나아가 캐나다를 기초한 인물로 알려진 샹플랭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괴짜 하나가 죽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ㅡ 루이즈 페니의 소설들은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사회배경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그리고 가마슈의 부하 보부아르가 과거 사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