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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음식이 상식이다』 윤덕노 (더난출판사, 2015, 개정증보판) 음식이 상식이다 - 윤덕노 지음/더난출판사 단무지. 일본어로 다쿠앙(たくあん)이다. 겨우내 먹을 것이 없던 저 옛날 다쿠앙이란 스님이 짠지의 일종으로 만든 것으로, 당시 절 근처를 지나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스님의 이름을 그대로 따 '다쿠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사찰이라는 장소도 장소이거니와 계절, 또 음식을 오랜 시간 보관해야 하는 애로로 인해 만들어졌을 터다. 책에는 비슷한 맥락으로 낫토(納豆)와 청국장이 등장한다. 낫토의 유래에 관한 설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단무지와 매한가지로 절과 관련이 있다. 옛날 일본에서는 절에서 사용되는 각종 물품을 만들어 관리하는 납소(納所)가 있었다는데, 이 납소에서 콩 발효 식품을 관리했기 때문에 납두(納豆)라는 이름이 생겨 바로 여기서 .. 더보기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스콧 스토셀 (반비, 2015)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반비 로캉탱이 토악질을 하건 말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거다. 그들 스스로가 참을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말이다. 나도 한때 조울증 비스름한 뭔가를 겪어본 적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그리 심각한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아니면 순전히 내 착각에 의한 것이었을 수도). 내가 조울증을 앓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당시 들었기 까닭인데, 정말로 나 자신이 양극성 기분 장애를 앓고 있었다면 그런 자각은 불가능했을 것만 같다. 여하튼 세계가 날로 달라지는 만큼 새로운 질병이나 장애도 매일매일 생겨난다. 육체적이든 비육체적이든 간에(불과 30년 전만 해도 불안이라는 병명은 존재하지 않았단다). 불안을 다루는 이 책에는 아.. 더보기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니킬 서발 (이마, 2015)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 니킬 서발 지음, 김승진 옮김/이마 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다룬 스터즈 터클의 인터뷰집 『일』ㅡ얄궂은 부제는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모두들 하기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이다ㅡ에서 어느 회계사는 말한다. 「'내 일은 과연 중요한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 저는 오염에 맞서 싸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사회에 중요한가는…… 아니요,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에 바탕을 두고 있는 지금 같은 경제에서는 필요하겠죠 (...) 말씀드릴 게 별로 없습니다.」 아아, 큐비클 밀림을 헤치며 사무적인 일에 몰두하는 사무원들이여. 라이트 밀스(그는 화이트칼라 계급을 '쾌활한 로봇'이라 불렀고, 업튼 싱클레어가 화이트칼라란 말을 만.. 더보기
『페이스북 심리학』 수재나 E. 플로레스 (책세상, 2015) 페이스북 심리학 -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책세상 소셜 미디어는 허상에 불과하다. 얼마 전 SNS에 올라온 모델 에세나 오닐의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기, 특히 온라인에서의 허황된 숫자 놀음에 대해ㅡ('싫어요' 버튼은 없는) '좋아요'의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그것으로 자신을 정의하게 됐다고ㅡ토로하며, 덧붙여 과도한 화장, 비키니 사진, 긴 금발이 아닌 개성과 사랑, 동물 학대, 환경오염, 성 평등, 인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영원한 명작으로 남을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ㅡ변호사 로버트의 아내 칼라의 대사; 「누가 모니터의 모니터를 모니터링하는 거야?」ㅡ부터 프랭크 에이헌의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ㅡ나와 동료들은 알래스카, 파리, 독일, 벨리즈에 숨은 사람이라면 언제.. 더보기
『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 (어크로스, 2015) 문구의 모험 -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어크로스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가 전하는 문구사(史). 문구 클럽이란 것도, 문구사라는 용어도 낯설다. 제임스 워드(바로 그 요상한 클럽을 만든 작자)는 이 책 마지막 장ㅡ그 많던 볼펜은 다 어디로 갔을까ㅡ을 시작하면서 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돌이켜보건대 휴대전화와 컴퓨터 자판을 다다다다닥 소리가 나게 두들기는 생활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조금 넘었을까. 실로 당시 대학 입시를 끝내고 손에 쥔 첫 휴대전화는 딸깍딸깍하는 동작음을 내며 내게 글자를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웬걸, 컴퓨터와 매한가지로 고장이라도 나는 날에는 머리털을 쥐어 뽑으며 몇 날 며칠을 전전긍긍하게 된 삶 또한 동시에 시작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