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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5) 에로스의 종말 -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바타유처럼 에로티즘을 가리켜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라 단정할 수 있으려나. 그에 따르면 에로티즘은 자연 본래의 목적과는 별개의 심리적 추구이며 그런 까닭에 생식과는 구분된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책 결론 부분에서 말하길 에로티즘은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는 문제 중의 문제다. 인간과 에로티즘을 분리할 수 없는 한 인간은 그 자신에게 문제이며, 그리고 에로티즘은 인간의 문제이다(『에로티즘』 민음사, 1997). 『에로스의 종말』에서 한병철이 이야기하는 성과 원리, 에로틱한 갈망, 타자의 부재 속에서야말로 발현되는 쾌락ㅡ이러한 급습은 오늘 우리의 전 영역을 지배한다(그러므로 정반대의 논리도 가능할 것만 같다). 환상의 위기, 타자의 소멸, 에로스의 종말.. 더보기
『천계 살의』 나카마치 신 (비채, 2015) 천계살의 -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비채 나카마치 신이다. 또. 더군다나 지난번의 『모방 살의』에 이어 다시 한 번 서술트릭을 사용하며 여지없이 작가와 편집자가 등장해주시고 있다. 이번엔 추리소설 현상공모에 입선한 신진 작가 야규 데루히코가 잡지 편집자에게 소설 게재를 부탁, 자신의 원고를 범인을 알아맞히는 릴레이 소설이라 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문제편'을 집필하고 다른 작가가 '해결편'을 집필하는 방식. 이미 전작의 학습효과가 발휘되었다고 해야 할까, 이쯤 되면 야규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대강 감이 잡힌다. 실제로 벌어진 모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작가가 미완성의 소설을 발표해 범인을 구석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의도. 『모방 살의』의 반복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과는 달리 이야.. 더보기
『시밤』 하상욱 (예담, 2015) 시 읽는 밤 : 시 밤 - 하상욱 지음/예담 말장난으로 그칠지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지. '시 읽는 밤'을 줄여 이다. 노골적인 노림수. 일전에 출판사에서 '시밤'을 가지고 이행시를 짓는 이벤트를 연 적이 있었는데 나 또한 로 응모를 했으니 이 역시도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재미라고 한다면 그런 식으로 봐 줄 만도 하다. 이 세계에 좋은 책은 많지 않아도 나쁜 책은 없다던 말이 떠오르긴 하나(심지어 온전히 맞는 것도 아니라도 생각한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차는 차치한다 하더라도(혹은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독자에 따라 흥미가 동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반드시 개입하는 거다. 『시밤』은 제대로 된 시집이 아니다. (온라인 서점에 등록된 서지정보에 의하면 '시' .. 더보기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문학과지성사, 2015) 몸의 일기 -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문학과지성사 육체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때로는 치밀하기도 하고 가끔은 놀라기도 하면서. 몽정을 하고, 울퉁불퉁한 어쭙잖은 근육이 생겨나고, 등고선처럼 쭈글쭈글한 주름이 만들어진다. 별일 없는 한 남자의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일기. 죽기 전 마지막 날의 글을 마친 뒤 딸에게 남긴다는 가증스런 붙임으로 자신의 변을 다한 아버지의 평생의 진술서다. 벌거벗은 또래 여자애의 옆에 누웠음에도 전혀 발기되지 않았던 갓 열아홉이 된 소년. 일생의 반려자를 만나 비로소 각종 자세를 취하며 도시 이곳저곳에서의 섹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스물여섯 청년. 온종일 활기 넘치는 아이와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한 서른셋의 아버지. 그리고 친구들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 더보기
『모방 살의』 나카마치 신 (비채, 2015) 모방 살의 -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비채 빌어먹을 줄 바꿈이로군, 하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서술트릭'이라는 말에 덮어놓고 읽기 시작했다('빌어먹을'이라는 분개심 가득 찬 토로는, 심지어 문장 하나하나마다 행이 바뀌는 부분을 접하게 되면 절로 나오리라). 줄거리는 간단한데, 시작은 자살로 결론이 난 신인 추리소설 작가의 죽음이다. 추락사한 것으로 추측되나 실은 음독한 상태로 발견된 사카이 마사오라는 남자가 있다.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유서처럼 남긴 채. 그리고 반대편에선 여성 편집자와 르포라이터가 움직인다. 그들은 각각 사카이 마사오의 수상쩍은 죽음을 쫓고, 둘의 시선이 각 장마다 번갈아가며 기술되어 진행된다(물론 나카다 아키코(편집자)와 쓰쿠미 신스케(르포라이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