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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2015)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스기무라의 인생행로야 예견된 것이긴 했다. 그런 식의 부적합한 생활이 가능할 리 없으니까 말이다. 연작이니만큼 더치고 더친 이야기들의 과정에서 스기무라의 터닝 포인트가 어느 시점에서 나올까 하는 것만이 중요한 과제였을 듯하다. 『누군가』와 『이름 없는 독』에 이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운전기사의 죽음과 뺑소니, 청산가리에 의한 죽음에 이어 이번엔 다단계다. 다만 『화차』에서만큼의 집약된 표현이 다소 아쉬운데, 『솔로몬의 위증』에서 느꼈던 감정과 대동소이해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시대물인가' 하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한 소설이 될 것만 같다. 버스가 통째로 납치되고, 느닷없이 권총을 든 노인이 나타나는가하면 나중에는 경찰의.. 더보기
『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 실종느와르 M 드라마팀 (비채, 2015) 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 - 이유진 극본, 실종느와르 M 드라마팀.이한명 엮음/비채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완결될 시점까지 타의에 끌려 다니며 매번 방영 시간에 맞추어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것도 고역이고, 조금 더 솔직히 털어놓으면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찾기 어려웠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하여튼 이렇든 저렇든 간에 지금껏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드라마라면 열 손가락 안쪽으로 꼽을 정도다(내가 꼽는 최고의 드라마는 이다). 당연히 도 본 적이 없으니, 『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이 출간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드라마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겐 이편이 더 나을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과거 『셜록 케이스북』과는 다른 경우) 내용을 간추린 책을 읽는.. 더보기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임동근, 김종배 (반비, 2015)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임동근.김종배 지음/반비 동사무소(주민 센터)가 있는 나라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하기야 일본에 있을 적만 해도 구야쿠쇼(区役所, 한국의 구청쯤 된다) 외에 접해본 행정기관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저런 기술과 통치의 발달(지금의 행정 서비스는 갈수록 광역화되는데, 심지어 쓰레기봉투 하나도 시나 구 단위로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전화기, 컴퓨터 등 각종 장비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증명서 발급도 집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고 그간 많은 개편을 거치며 동(洞)의 개념이 다소 옅어진 것 또한 사실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한국에서 가장 기초적인 조직 단위는 (도시의 경우) 역시 동일 수밖에 없다. 그 동사무소의 시초가 1920년 여름 유행한 콜레라 때문.. 더보기
『아들』 요 네스뵈 (비채, 2015) 아들 -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비채 아버지의 일기장, 그리고 유서. 이후 어린 아들은 안면도 없는 자들의 죄를 기꺼이 뒤집어쓰고 감옥 안으로 침잠한다. 마약에 손을 대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삶이 대체 그런 식으로 촉발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성역과도 같은 가족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소니라는 이름의 어린 죄수는 스타텐 감옥 안에서 무명의 누명을 쓰며 살아간다. 그리고 시작된 고해성사. 누가 보더라도 소니는 스타텐을 벗어나기 힘들고 그 자신조차 그러한 욕망에서 비껴있는 듯하다. 이제 소니는 페르 볼란 목사가 가져온 범죄의 누명을 수용하는 동시에 그가 준비한 선물을 함께 받아들인다. 헤로인. 그렇게 감옥에서 연명하며 다른 범죄자들의 죄를 들어주어 축복을 내리는 고해신부의 역할을 맡고, 도.. 더보기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찰스 부코스키 (모멘토, 2015)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 찰스 부카우스키 지음, 설준규 옮김, 로버트 크럼 그림/모멘토 부코스키에 비하면 케루악은 멀끔히 차려입은 젊은 청년일 텐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삶은 조금이라도 더 살아본 자가 그 맛을 아는 법이라고 해야 할는지 모를 일이다. (참 순탄치 않은 번역이건만 부코스키의 글이라 참는다ㅡ 십 년도 더 전에,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 그 첫 번째』가 출간된 후 두 번째 권이 도통 모습을 드러낼 생각을 않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 물론 이런 식으로 악다구니를 부리는 멍청한 노인네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그다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으나, 꼰대스러움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도취감을 자아낸다는 점에서만큼은 언제나 부코스키는 내 영웅으로 남아 있으리라(부코스키(치나스키)와 레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