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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불평등을 넘어』 앤서니 앳킨슨 (글항아리, 2015) 불평등을 넘어 - 앤서니 앳킨슨 지음, 장경덕 옮김/글항아리 매번 당한다. 사회 정의를 고취하거나 불평등을 타개하고자 이런저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매번 그런 일은 무위로 그치고 나 자신조차도 종종 그럴 마음 또한 없어 보인다. 그런 와중에 일단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약간 놀라게 된다. 기회의 불평등과 결과의 불평등.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건 다들 동의할 텐데, 여기서 결과의 불평등이 간섭하게 된다. 예컨대 똑같은 출발선에서 경기를 시작하지만 결과에 따라 서로 다른 상이 돌아간다는 것. 또 특히 어떤 개인이 무료 급식소에 죽을 서게 된 것이 환경 요인 탓인지 노력 부족 탓인지 따진 후 그에 따라 수프를 나눠준다는 조건은 도덕적으로 혐오스럽다는 거다. 과거 영화 의 '3.. 더보기
『비밀기지 만들기』 오가타 다카히로 (프로파간다, 2014) 비밀기지 만들기 - 오가타 다카히로 지음, 임윤정.한누리 옮김, 노리타케 그림/프로파간다 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본 기억이 있다. 멈춰있는 벽시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내려가면 그 아래 흩어진 트럼프가 있고, 유일하게 핀으로 고정된 카드의 무늬(아마도 스페이드였을 것이다)를 따라가면 또 다른 단서가 있어서 결국엔 누군가가 숨겨놓은 재미난 것들을 발견한다는 에피소드. 책에서 비밀기지라고 거창하게 부르고는 있지만 사실 비밀이라는 건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거다. 세월이 흐르면서, 특히 도시에 현대적 건축물이 많아짐에 따라 공략할 수 있는 비밀스런 장소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비상금을 숨기기도 하며, 자물쇠 달린 상자를 구해서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 더보기
『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후마니타스, 2015) 불안들 -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 무관심과 무감동에 불안이 더해진다. 오늘의 사람/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는 것을 거리끼지 않고 이제는 다른 사람/사람들의 불안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혹여 그 불안이 현실이 되어 내게 오지는 않을까 하면서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불안감에 불안해한다. 동시에 (대체로) 내 신체와 소유물을 해치지 않는 한, 그러니까 내게 실질적 위협이 없는 한 다수의 쪽에 서 있고자 한다. 그편이 내 불안감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불안(감)이라는 건 때때로 내게 긍정의 작용을 이루어내기도 하는데, 적절한 불안과 긴장은 나를 무기력에 빠뜨리지 않고 더 이상 내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추진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편 또.. 더보기
『로마의 일인자』 콜린 매컬로 (교유서가, 2015, 가제본) 로마의 일인자 1 -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교유서가 모두 7부작으로 정리된 시리즈 중 1부 『로마의 일인자』 제1권. 하나같이 두껍기 그지없어서 한국어 번역이 완료되면 총 스무 권쯤은 될 것 같다.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없으면 좌초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소위 대작이 갖는 불안감과 분권 없이 출간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과거 2부까지 출간되었다 절판을 겪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니 이번만큼은……).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사람과 장소만 바뀔 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해도 될 정도가 아닐는지. 『로마의 일인자』 1권은 카이사르(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리우스(가이우스 마리우스), 술라(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이 세 남자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 더보기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 (RHK, 2015, 2판)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장정일을 읽어 본 거라곤 시집 『햄거버에 대한 명상』뿐이다. 그의 공부 책을 읽는 것도 거의 십 년 만에 출간된 개정판으로, 어딘지 모르게 나는 장정일로부터 '도망중인 사나이'인 것만 같다(실제로 그의 작품 중 「도망중인 사나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내가 쓴 맥락은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장정일이 꿈꾸는 인문과 내가 꿈꾸는 인문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여기는 인문 또한 매한가지일는지도. 「존경받던 어른이 어쩌다 우리의 실망을 사는 경우는 바로 '기계적 중립'을 취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가 서문에 적어놓은 말이다. 중용? 좋다. 어디에서든 중간만 하라, 모나게 튀지 말고, 앞서가지도 말며, 뒤처지지도 말아라. 어르신들의 현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