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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전복과 반전의 순간』 강헌 (돌베개, 2015) 전복과 반전의 순간 - 강헌 지음/돌베개 모든 예술은 공공의 미(美)인 동시에 무죄인 건가. 그렇다면 음악 또한 무죄일 터다. 하나 『전복과 반전의 순간』의 재미가 더해지는 건 부제(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에서 알 수 있듯 음악(사)을 관통하는 특수한 순간들과 함께 버무려진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을 거다. 각각의 장에서 발견하게 되는 이채로운 순간들은 전쟁과 노예에서 시작한다. 쿠바를 놓고 미국과 스페인이 전쟁을 벌인 후 버려진 군수물자들 중엔 군악대에서 쓰던 악기가 있었다. 특히 소리가 멀리 전달된다는 특성 때문에 군대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건 관악기. 그리고 그 전쟁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가 바로 뉴올리언스였다. 뉴올리언스가 어디인가. 바로 재즈의 발상지라 여겨지는 바로 그곳이다. 나 원, 더군다나 거기.. 더보기
『일단, 웃고 나서 혁명』 아지즈 네신 (푸른숲, 2011) 일단, 웃고나서 혁명 -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푸른숲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혁명도 웃고 난 뒤에. 『일단, 웃고 나서 혁명』이 언제 어디서건 유효성을 갖게 된다면 그건 풍자라는 맥락에서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현재 이라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꼭지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또한 매한가지. 씁쓸함이 배가되는 건 그 꼭지가 '정치판'을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판을 마음껏 풍자할 수 없는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아지즈 네신 본인이 이러한 글로 수감되기도 한 걸 보면 풍자와 웃음의 자유가 갖는 파급과 이중성이 더더욱 부각된다). 수록된 첫 글 는 동네 이장 선거를 다룬다. 오랫동안 이장이었던 외메르를 갈아 치우자는 주민들의 결심이 굳은 가운데,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외메르를.. 더보기
『마사 & 겐』 미우라 시온 (비채, 2015) 마사 & 겐 -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비채 말년의 플로베르는 어느 편지에 이렇게 썼다. 「오! 내가 늙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느끼는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영혼의 증거인가! 나의 육신은 쇠약해지고, 나의 사고는 성장한다. 나의 노년에 일종의 개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책세상, 1994) 구니마사와 겐지로는 어느 쪽일까. 특히 구니마사는 '망설이고 힘없는 노년'의 전형으로, 젊은 사람들로부터의 비웃음의 대상이고 자신을 키워준 사고방식과 문화에 이제는 거꾸로 당하고 있으며 늙고 지쳐 가족들에게서 팽(烹) 당한 뒤 멸시받는다. 겐지로는 일반적이지는 않으나 짱짱한 정신상태로 무장한 노인이고. 둘.. 더보기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김동욱 (김영사, 2015)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김동욱 지음/김영사 초반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전문적 지식 없이도 쉬 읽을 수 있도록 쓰인 글이라는 걸 알 수가 있다. 특히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난방법을 읽을 땐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했다(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일본에서 살 적 멍청하게도 오른손을 다쳐 꿰맨 적이 있었는데, 소독과 붕대 교체를 위해 병원엘 가는 길이었다. 택시로 이동했던 첫날과 달리 지리를 몰라 헤매다가 점잖아 뵈는 노신사에게 대뜸 길을 물었고, 그는 흔쾌히 가는 길이라며 나와 함께 자박자박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자 밑도 끝도 없이 온돌 얘기를 꺼냈다. 초로의 신사는 일전에 다녀 온 한국 여행길을 떠올리면서 참 부럽다는 말을 내처 이었고 모퉁이 .. 더보기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전2권)』 앤서니 도어 (민음사, 2015)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민음사 서슬 퍼런 총구 위에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는 사진을 보는, 그런 서사인 건가? 이 층짜리 보육원 건물 '아이들의 집'을 나간 베르너는 또 다른 아이들의 집에서, 거기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사는 장님 소녀 마리로르는 폭격을 피해 옮긴 작은할아버지의 집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만든다. 두 아이를 관통하고 이어주는 것은 라디오. 100만 개의 귀를 단 하나의 입으로 결박하는 빌어먹을 라디오다.(1권 p.104) 마리로르는 6시 방향에 감자가, 버섯은 3시 방향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베르너는 자신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야만 한다ㅡ 한쪽에선 라디오가 불법이며 한쪽에선 그 라디오를 찾아내야 하는 거리(영원히 볼 수 없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