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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콜린 매컬로 (교유서가, 2015, 가제본) 로마의 일인자 1 -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교유서가 모두 7부작으로 정리된 시리즈 중 1부 『로마의 일인자』 제1권. 하나같이 두껍기 그지없어서 한국어 번역이 완료되면 총 스무 권쯤은 될 것 같다.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없으면 좌초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소위 대작이 갖는 불안감과 분권 없이 출간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과거 2부까지 출간되었다 절판을 겪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니 이번만큼은……).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사람과 장소만 바뀔 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해도 될 정도가 아닐는지. 『로마의 일인자』 1권은 카이사르(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리우스(가이우스 마리우스), 술라(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이 세 남자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 더보기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 (RHK, 2015, 2판)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장정일을 읽어 본 거라곤 시집 『햄거버에 대한 명상』뿐이다. 그의 공부 책을 읽는 것도 거의 십 년 만에 출간된 개정판으로, 어딘지 모르게 나는 장정일로부터 '도망중인 사나이'인 것만 같다(실제로 그의 작품 중 「도망중인 사나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내가 쓴 맥락은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장정일이 꿈꾸는 인문과 내가 꿈꾸는 인문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여기는 인문 또한 매한가지일는지도. 「존경받던 어른이 어쩌다 우리의 실망을 사는 경우는 바로 '기계적 중립'을 취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가 서문에 적어놓은 말이다. 중용? 좋다. 어디에서든 중간만 하라, 모나게 튀지 말고, 앞서가지도 말며, 뒤처지지도 말아라. 어르신들의 현명.. 더보기
『페스트』 알베르 카뮈 (열린책들, 2014) 페스트 -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열린책들 카뮈가 가졌던 알제리나 나치에 대한 생각은 저쪽으로 제쳐 두고 그저 재난 소설로서의 『페스트』를 읽고 싶었다. 직간접적 영어(囹圄) 생활 속에서 불특정의 사람들이 병들고, 죽고, 시시껄렁한 대화를 주고받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탄복하고, 타인의 불행하지 않음에 화를 낸다.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도 닮아 있는데, 실제로 리유의 한 발짝 떨어진 서술과 진노 선생 집에 얹혀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의 깨달음은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전염병 출현, 심각성 대두, 안정기, 소설은 대략적으로 이 구조에 따라 움직인다. 당국은 도시를 폐쇄하고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려 하나 이미 늦었고, 병명이 공포되자 사람들이 두려움에 빠지긴 했지만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받아.. 더보기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황금가지, 2015)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모리어티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종결지을 수 있는 좋은 방편이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을 알지 못할 만큼 무지렁이이면서도 실로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인 사람을 끝장내기엔 모리어티만한 정도의 설정은 불가피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그만이 홈즈에 대적할 만한 인물로 그려졌고 동시에 영영 셜로키언들의 미움을 받는 처지가 되었을지도(모리어티가 가상의 인물이라는 둥, 실은 범죄자가 아니라는 둥, 홈즈의 배다른 형제라는 둥 별의별 이야기도 난무한다).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은 애설니 존스 경감과 핑커턴 탐정 사무소(도일의 『공포의 계곡』에서도 등장한다)의 프레더릭 체이스 콤비를 내세워, 홈즈와 모리어티의 마지막 대.. 더보기
『미스테리아 창간호』 (엘릭시르, 2015) 미스테리아 1호 - 엘릭시르 편집부 엮음/엘릭시르 누구 말마따나 풍경화는 자연 경관이 살벌한 곳에서, 신문은 인간관계가 소원한 곳에서 발달한다든가. 한국 미스터리를 불모지, 척박, 혹은 '없다'는 부정어와 함께 일컫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까? 현실이 팍팍하고 온갖 미스터리한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마당에 굳이 책에서까지 비일상의 미스터리를 찾아야 하느냐, 하는 거다. 그런데 영화판을 보면 그건 또 아니다. 심심찮게 몇 백만, 몇 천만 관객이라는 표현을 보고 있노라면 더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심심찮다'는 말은 이런저런 문학지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저간의 광경에 더 어울릴 지경이 되었으니. 이런 만만찮고 녹록찮은 계란유골 같은 와중에 새로이 창간한 격월간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 일단 만듦새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