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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1) 조지 오웰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인 태도라며 한결같이 인간이 만든 것들에 대한 경이로운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그의 숨은 걸작 『숨 쉬러 나가다』에서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한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라고(p.311). 실제로 오웰은 장신에다가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서는 뚱보 조지 볼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라 불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보험영업사원인 조지 볼링은 우연히 생긴 17파운드를 가지고 아내 모르게 시가를 사는 동시에 20년 전 떠나온 고향으로의 일탈(말이 조금 이상하지만)을 감행한다. 여섯 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낚았던 물고기, 청소년기에 읽었던 1페니짜리 소년 주간지와 소설들, 전쟁 통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20년.. 더보기
『책의 우주』 움베르토 에코, 장클로드 카리에르 (열린책들, 2011) 움베르토 에코와 장클로드 카리에르의 대담집. '책은 죽지 않는다' 라는 권두 대담으로 시작하긴 하지만 그들 스스로도 인간 수명의 불로장생을 의심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인지 책의 마지막은 '죽고 나서 자신의 서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끝난다. 인터넷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기억이 우리 수중에 들어오게 된 이 상황에서, 각 문화는 무엇을 간직해야 하며 무엇을 잊어버려야 할지 우리에게 말해 줌으로써 여과 작용을 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책 또한 그러한가? 책은 단지 하나의 용기(容器)일 뿐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관찰하고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어쩌면 모든 것을 결정할 수도 있는 '위대한 시각'이었습니다.ㅡ 카리에르 지금의 책은 과연 천대를 받고 있는가. 예스라는 대답이라면 왜.. 더보기
『아Q정전』 루쉰 (열린책들, 2011) 루쉰의 단편 「아Q정전」은 그 제목의 유사함 때문에 영화 《아비정전(阿飛正傳)》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아비정전》의 마지막 대사, 그리고 나아가(또 한번의 유사성 때문에) 《버디(Birdy)》에서의 새가 되어 날고자 하는 열망을 돌이켜보자면 루쉰의 그것과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이 루쉰의 중단편집에 15편이나 되는 작품이 담겨 있다고 해도 유독 「아Q정전」을 언급하고, 눈여겨보고, 곱씹어보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은 어쩌면 그런 연유에서일지도 모르고, 과도한 통속성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혹 아니면, 「자네들은 입안에 독을 뿜는 이빨이 없는데도 어째서 이마에 '독사'라는 두 글자를 크게 써 붙이고 거지들을 끌어들여 때려죽이려 하는가?」하고 침울.. 더보기
『어머니』 막심 고리끼 (열린책들, 1989) 이야기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각각 빠벨의 집과 니꼴라이의 집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어머니는 빠벨, 안드레이, 니꼴라이처럼 지성은 없지만 모성애의 발로로 인해, 그리고 세상의 아들들을 사랑하는 마음의 확대로 혁명운동에 동참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여기서 전태일이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연결고리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일 거다). 『어머니』에서 노동자촌의 사람들은 전태일과 닮았거나 85호 크레인 위에서 모진 바람을 맞는 이들과 같거나 둘 중의 하나다. ① 그래서 그들의 삶은 슬프고 「맞기 전에 먼저 상대편을 때려눕히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 (p.68) ② 때로는 격하고 「난 마치 칼처럼 온몸을 던져서 그 놈을 찌를 거야.」 (p.79) ③ 때로는 이성 적으로 「정의란 단순히 위.. 더보기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1992) 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열린책들 기억력이 아무리 나빠졌다 해도_좀머_라는 단어는 잊히지 않는다. 쥐스킨트 = 아이_쥐스킨트 = 좀머_∴아이 = 좀머_라는 등식. 재미있는 건, 읽으면 읽을수록 나에게 투영시키는 대상이 아이에서 시작해 서서히 좀머로 변해간다는 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