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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천국의 열쇠』 A. J. 크로닌 (홍신문화사, 2012) 천국의 열쇠 - A. J. 크로닌 지음, 김성운 옮김/홍신문화사 「인간은 오직 정신 하나만으로도 신앙 한가운데에 계속 머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정신은 항시 깨어있어야 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신앙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닌 어떤 자명한 것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고, 그리하여 신앙 자체보다 지속적으로 신앙 속에 있으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막스 피카르트가 그의 책 『침묵의 세계』에 쓴 말이다. 나는 이 문구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에서 나타나듯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성채' ㅡ 그의 다른 작품 『성채』의 주인공처럼 ㅡ 를 좇는 인간의 세계관과 어렴풋이 닿는 것 같기도 하다……. '이성이 먼저인가, 아.. 더보기
『인간의 조건』 앙드레 말로 (홍신문화사, 2012) 인간의 조건 - 앙드레 말로 지음, 박종학 옮김/홍신문화사 태생적으로 인간이란 고통으로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말이려나. 소설은 역사의 바퀴 속에서 버둥거리는 군상의 모습들을 보여주지만 초점은 나약한 개개인에 맞춰져 있다. '인간의 조건'에 어떤 존엄성이 있는가, 하는 질문은 끌어 안은 폭탄과도 같이 위험천만하게만 보인다. 역사책이 아닌 하나의 소설로 읽어야 하기에 인물들의 앙다문 입 속에 들어있는 테러, 인간, 고독, 탈출, 존엄, 노동자, 코뮤니즘 그리고 그(것)들의 조건은 비극의 끝자락에서 유령처럼 희끄무레하게 번지고 있다. 과거 장제스의 공산당 탄압을 묘사하고는 있지만 『인간의 조건』에서는 부차적인 것일 뿐이고, 오히려 '인간의 조건'과 '인간의 극복'을 막연하나마 .. 더보기
『죽음의 무도』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0) 죽음의 무도 -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황금가지 영화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을 두고 하는 말 ㅡ 「그냥 내 생각인데, 당신이 이 영화를 싫어한다면 도대체 뭐하러 이 글을 읽고 있는 거지?」 ㅡ 은 뻔뻔함의 극치다. 내가 이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충격이란, 이게 대체 공포 영화야 코미디 영화야 하는 식의, 이 영화를 보는 시간에 1,0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었으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읽었으리라는 생각에서 나온 처절한 비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티븐 킹이 이야기하는 '우웩(gross-out)' 단계로서는 탁월하다. 비행기 안에서 발광하는 뱀들 중 한 마리가 어느 뚱뚱하고 음탕한 여자의 눈을 파먹는 장면이 생각났기에 ㅡ 그것도 너무 적나라하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죽음의 무도』는 지난 3.. 더보기
『애도하는 사람』 덴도 아라타 (문학동네, 2010) 애도하는 사람 -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문학동네 소화불량에라도 걸린 것처럼 무엇인가에, 어딘가에 이르려 하는 사람. 덴도 아라타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제로 '애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의 만남으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하는 쪽이 중요한 게 아닐까.」 이건 죽음이라는 변수에 대한 솔루션도 아니고 사자(死者)에게 명복을 빌어줌으로써 스스로가 위안받으려 하는 것도 아니다. '애도하는 사람'인 시즈토에게서 자기위안적 의미부여에 대한 측면이 언뜻 비치기는 하지만 그게 궁극적으로 『애도하는 사람』이 시사하는 바는 아니라고 본다. 나는 오히려 일상(삶)의 패러디가 아닐는지,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왜냐하면 시즈토의 애도하는 행위 자체를 한마디로 딱 잘라 설명할 수 없거니와 특.. 더보기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나오키 산주고 (북스피어, 2011)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 나오키 산주고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나오키 상이란 건 많이 알고 있을 거다. 그의 친구 기쿠치 간(菊池寬) ㅡ 『무명작가의 일기』와 『아버지 돌아오다』를 쓴 그 양반 말이다, 이걸 모른다고 하면 『진주부인』 정도는 알 수도 있으려나 ㅡ 이 아쿠타가와 상과 함께 그들을 기리고 후진 육성에 힘쓰고자 제정한 문학상이다. 그런데 성이 나오키고 이름은 뭘까, 하고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을지 몰라 풀네임을 적는다. 그의 이름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다. ……사실 이건 필명이고, 본명은 우에무라 소이치(植村宗一) ㅡ 대학 시절 어느 교수가 '우에무라 슈이치'라고 읽는 걸 대놓고 지적했는데도 못 들은 척 넘어갔던 게 생각나는군, 근데 사실은 그렇게 읽는 게 맞는 거면 어떡하지 ㅡ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