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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치와 이발사』 에트가 힐젠라트 (열린책들, 2012) 나치와 이발사 - 에트가 힐젠라트 지음, 배수아 옮김/열린책들 왜 자꾸 채플린이 생각나는 거지…… 그래, 그랬다. 그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가 먼저 있었다. 영화에서 채플린은 히틀러를 풍자한 힌켈이란 인물과 유대인 이발사로 번갈아 등장했었다(여기에는 슐츠라는 인물도 나온다! 심지어 한나까지!). 힌켈과 닮은 이발사가, 여기 『나치와 이발사』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등장한다. 우선 독일인 막스 슐츠가 있고 유대인 이치히 핀켈슈타인이 있다. 이 '슐츠-핀켈슈타인' 공식은 시종일관 샴쌍둥이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둘은 어릴 적 친구였지만 슐츠는 하켄크로이츠 완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친구 핀켈슈타인과 그의 부모를 사살한다. 히틀러유겐트에서 크리스탈나흐트, 홀로코스트까지 이어지는 고리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더보기
『북극 허풍담(1~3)』 요른 릴 (열린책들, 2012) 북극 허풍담 1 -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열린책들 어릴 적 『돌격!! 크로마티 고교』, 『GTO』, 『오늘부터 우리는』을 보며 갑작스레 웃음을 터뜨릴 때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미친놈처럼 뭘 그렇게 꺽꺽대고 있냐.」 그 말씀을 들을까 두려워 혼자 있을 때만 읽어야 했다. 그렇게 웃다가 눈물을 흘리며 책을 덮었는데 벌써 3권 째를 다 보고 있었고, 이 양반 이거 안데르센이나 이솝처럼 이 세계의 모든 이야기를 늘어놓을 기센데, 하는 생각이 들어 기가 막혔다……. 『북극 허풍담』 시리즈는 북극의 그린란드 북동부에 사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다. 표지 뒷면 카피에 있는 '북극 시트콤'이란 문구를 나는 책을 다 읽고서야 이해했고 3권 이후(4~10권)가 나올 때까지 대체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며 기다려야.. 더보기
『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 (펄프, 2012) 모르페우스의 영역 -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수현 옮김/펄프 『모르페우스의 영역』의 출발점은 조금 특이하다. 여기에는 사사키 아쓰시란 소년이 등장하는데(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할 만큼 이 양반의 인물설정은 어쩐지 유기적이다 못해 '치열'하다. 게다가 이 소년뿐만이 아니라 일련의 작품에는 반복되는 인물들이 자주 나온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DVD와 함께 만들어진 소책자에서 과거의 작품연표를 작성했는데 아마도 『나이팅게일의 침묵』이란 작품에 등장했던 사사키 아쓰시의 나이가 틀어져버린 듯하다. 그럼 그를 5년 동안 잠들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쓴 것이 이 『모르페우스의 영역』 제1장이라고 알고 있다. 응? 이런 이유로 소설이 탄생한다는 건 좀 억지스럽잖아 라고 하기엔, 뒤에 가서 기가 .. 더보기
『금융 부식 열도(전2권)』 다카스기 료 (펄프, 2012) 금융 부식 열도 1 - 다카스기 료 지음, 이윤정 옮김/펄프 구니토모 야스유키의 『돈이 울고 있다』란 만화를 아는지. 엘리트 은행원이 대부업체 지점장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인데 이 『금융 부식 열도』와 궤를 같이 하는 접점은 '돈'이 되겠다. 자본주의의 오래된 테마는 역시 돈과 금융이니까, 당연히 돈의 움직임과 그것이 어디서 머물고 어디가 종착역인지를 따라가는 그림은 언제나 흥미롭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주제는 부정한 돈의 흐름과 변제에 관한 것이겠고.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잃어버린 10년'이건 '잃어버린 20년'이건 간에 거품경제로 인한 자산가격의 빠른 성장 속도는 원칙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거품이 끼고 말았다. 언뜻 보면 그야말로 '진흙 속에서 핀 연꽃'인데 돋보기를 들고 자세.. 더보기
『스킨』 니나 자블론스키 (양문, 2012) 스킨 - 니나 자블론스키 지음, 진선미 옮김/양문 막스 피카르트는, 인간의 얼굴은 침묵과 말 사이의 마지막 경계선이라며 '인간의 얼굴은 말이 튀어나오는 벽'이라 했다. 의미하는 바는 조금 다를지라도 인간의 피부색 역시 동일하게 작용한다. 하나의 에코르셰처럼 언제나 같은 이미지를 느껴야 하겠지만 실제로 인간은 그렇지 않으니까. 피부가 화석과 같이 불변의 모양으로 남는다면 좀 달라지려나……. 인간의 피부색은 자외선의 강도에 따라 변했다. 당연히 지리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인류의 분열이 왔다. 우리는 여기에서 민족을 가르기도 하고 사회적 지위마저 연결시킬 때도 있다. 오래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을 등장시켜 일종의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하얀 피부와 검은 피부를 갈라, 우리나라 .. 더보기